'2마리에 5만 6000원' 오징어회가 부른 파장... 발길 돌린 손님 돌아올까
2025-08-2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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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오징어 난전, 6일 자숙 끝내고 오늘부터 영업 재개
지난 22일 오후, 속초 동명동 오징어 난전 일대는 적막이 감돌았다. 평소 같으면 여름 피서철을 맞아 주중에도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이날만큼은 발길이 뚝 끊겼다.
속초 오징어 난전은 항구와 시장 사이 도로변에 형성된 좌판형 먹거리 골목이다. 갓 잡아올린 오징어와 각종 해산물을 즉석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어 속초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방문지로 꼽혔다. 1970년대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돼 지금은 속초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불친절 논란이 불거지면서 난전의 오랜 이미지에 큰 타격이 가해졌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6월이었다. 한 유튜브 채널에 난전의 한 식당에서 찍힌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에서 손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은 주문을 서두르게 했고, 음식을 먹는 도중에도 빨리 먹고 나가라는 식의 재촉이 이어졌다. 심지어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자리 이동을 권유하는 장면까지 담겼다.
해당 영상은 빠르게 퍼졌다. 네티즌들은 "관광객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보는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유튜브라는 공개된 플랫폼을 통해 그대로 노출된 난전의 불친절한 모습은 순식간에 전국적인 논란으로 번졌다.
사태가 커지자 상인들은 지난 8일 자정 결의대회를 열고 스스로 자숙에 들어갔다.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는 전 점포가 문을 닫았다. 여름 성수기 매출을 포기하면서까지 영업을 중단한 것이다. 일주일 가까운 공백은 상인들에게 치명적이었지만, 장사보다 신뢰 회복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이 앞섰다.
속초시동명동오징어난전상인회는 ‘불친절한 태도에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앞으로 더욱 친절하게 응대하겠습니다’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하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불친절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온 뒤에도 오징어 2마리를 5만6000원에 판매한 사례를 고발하는 글이 속초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왔다.
'오징어 난전 갔다가 너무 화가 난다'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글쓴이는 "오징어가 많이 잡혀서 가격이 싸졌다는 말을 듣고 좋은 가격에 맛 좋은 오징어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지인들과 오징어 난전을 찾았다"고 운을 뗐다. 막상 오징어 난전에 가보니 상인들은 "요즘 오징어가 안 잡혀요", "오징어가 귀해요"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박 씨는 "마리당 2만 80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에 한 마리는 팔지도 않는다는 협박을 받고 (속초까지 간)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두 마리를 5만 6000원에 구매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웬 걸, 몇 입 먹지도 않았는데 '더 안 시키냐?' '술은 안 마실 거냐?' '물티슈는 알아서 챙겨가라'라고 하더라"라며 "초장도 더 달라고 하니까 '더 시키지도 않을 건데 뭔 초장이냐'고 투덜거리길래 기분 나빠서 먹다가 그냥 일어나서 나왔다"고 고발했다.
이 글이 올라온 뒤 난전의 이미지는 더욱 악화했다. 물론 오징어는 어획량과 조업 방식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큰 해산물이다. 하지만 인근 다른 시장과 비교했을 때 비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관광객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상인들의 자숙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여름철 피서객이 가장 몰리는 토요일 대신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문을 닫은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형식적인 자숙"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속초시와 지역사회도 난전의 이미지 회복을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친절한 관광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속초시의회는 난전을 비롯해 지역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친절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칭찬 업소 지원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방문객 평가를 기반으로 친절 서비스를 제공한 업소를 인증하는 방식이다.
이명애 속초시의회 부의장은 연합뉴스에 "방문객 평가에 기반해 친절 서비스 제공 업소를 인증하는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며 "착한 가격 업소는 가격 중심, 모범 업소는 위생 중심 평가지만 실제 다녀간 분들의 평가를 토대로 한 평가 방식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때 속초 관광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오징어 난전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불친절 논란과 가격 논란이 연이어 불거진 만큼 상인들의 결단과 지역사회의 제도적 뒷받침이 맞물려야만 신뢰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