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어민들 울상 짓는데 전해진 '생산액 1조' 국민 식재료 소식
2025-08-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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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온 현상으로 갈치·조기 등 다른 수산물 어획량도 줄어들고 있어
일명 '검은 반도체'로 불리며 생산액 1조 원의 가치를 자랑하는 국민 식재료 김이 이상 기후로 인한 고수온 현상에 영향을 받아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 학계에 따르면 한국식품연구원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해양오염학회지에 해당 내용을 담은 '한국 물김의 영양 성분과 중금속 함량에 영향을 주는 환경요인'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원 스마트제조연구단 박슬기 박사 등 연구진은 지난해 1~3월 충남 서천군 송석항에서 7차례에 걸쳐 채취한 물김의 수분과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회분 등 각종 영양 성분과 해수면 온도, 기온, 표층 염분 등 환경요인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해수면 온도가 높아질수록 김 단백질 함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면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1월에 채취한 김의 단백질 함유량은 100g당 4.27g이었다. 2월과 3월에 채취한 김은 각각 2.46g, 2.57g으로 5분의 3 수준이었다.
단백질이 풍부한 해조류로 알려진 김에 대한 이런 연구 결과는 곧 고수온 현상이 지속될수록 품질 저하도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는 김의 품질뿐만 아니라 생산량까지 떨어트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김은 해수면 온도가 5~8도일 때 가장 잘 자란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물김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데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 김 생산이 가능한 기간이 짧아져 생산량도 자연히 줄어든다.
부경대 연구진이 진행한 '김, 미역 양식의 기후변화 피해 비용 분석' 연구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현재 수준으로 계속 배출한다면 2050년 김 생산량은 2001~2014년 평균 대비 최대 27.2%, 2100년에는 61.6%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단기적으로 김 생산 면적을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육상 양식 시스템 보급과 품종 개량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 가격 40% 급상승…정부 20년 만에 특별 수급 안정 대책 마련까지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 10일 마른김 비축 제도 도입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축 제도는 가격이 낮을 때 정부가 미리 물량을 확보했다가 가격 급등 시기에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안정화하는 제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마른김 중품 10장의 평균 소매가격은 1347원으로, 평균 952원보다 41.5%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마른김 가격은 지난해 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년 반 넘게 계속 오르고 있다.
김값이 급등한 데는 수출 물량의 급증이 한몫했다. 지난해 중국과 일본의 김 생산량이 부진함을 보이면서 한국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다가, K-푸드 열풍으로 김밥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공급량이 줄어들어 가격 상승 압박이 커졌다.

◎ 고수온 현상에 따른 여러 문제, 김에만 한정된 이야기 아냐
문제는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한 고수온 현상에 따른 다양한 문제 발생이 비단 김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수온 현상은 해양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이미 어민들의 생계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조기만 해도 고수온 영향으로 어획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으며 여름철 제주 바다의 주요 어종인 갈치의 어획량도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갈치 어장은 최근 제주를 떠나 북동쪽으로 분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갈치의 어획량 감소는 수온 상승과 밀접하다. 갈치가 주로 잡히는 수심 20m 바다 수온 변화에 따른 갈치 어장 분포 현황을 조사했더니 수온이 21도 내외로 유지되던 2017년 제주 연안에는 갈치 어장이 뚜렷하게 형성됐으나 30도에 육박한 고수온이 유입된 지난해에는 갈치가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어장이 분산된 것이 확인됐다.
조업 철인 8월 수온이 27도 이상을 기록한 2016년과 2023년에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됐다.
또 고수온 현상으로 제주 토종 소라의 서식지가 경북 울진 해상까지 확장하고 제주에 남은 소라의 면역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해양수산부는 내년부터 제주 연안 60km 이내 해양 생물과 수심별 수온 염분 등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해 어장 변화 추세를 분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