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고에도 전자발찌·구속…경찰, 스토킹·교제폭력 강력 대응
2025-08-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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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처벌 불원해도 현장 판단해 입건 가능
앞으로 스토킹이나 교제폭력 사건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도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첫 신고부터 전자발찌와 구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은 스토킹이나 교제폭력처럼 가까운 관계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첫 신고 이후 곧바로 중대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잦아지자 대응 방식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지난 25일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첫 신고가 들어온 사건이라도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전자발찌 부착과 유치, 구속영장을 동시에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스토킹, 교제폭력 등을 관계성 범죄로 규정하고 초기 단계부터 강력하게 가해자를 격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도 현장 상황을 고려해 입건 절차에 들어가도록 했다.
이런 정책 시행 배경에는 반복된 신고에도 범행으로 이어진 관계성 범죄가 있다는 점이 있다. 최근에는 전 연인을 집요하게 스토킹하던 가해자가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수백 건의 연락을 이어가다 끝내 범죄를 저지른 사건도 있었다. 지난달 28일 울산 북구의 한 병원 주차장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피해자가 두 차례 경찰에 신고하고 잠정조치까지 내려졌음에도 가해자가 다시 찾아가 범행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경찰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발생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388건 가운데 70건이 관계성 범죄가 선행된 사건이었다. 이 중 91.4%는 초범이거나 신고 이력이 1~2회에 그쳤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던 경우도 24건(33.8%)에 달했다. 경찰은 단 한 번의 신고 이후에도 사건이 곧바로 심각한 범죄로 발전하는 특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접근금지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수단도 마련된다. 경찰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낼 경우 곧바로 경찰에 통보되는 자동신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지금까지는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는 이상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자동 통보가 가능해지면 피해자 부담을 줄이고 위반 행위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접근금지 처분을 받은 뒤에도 재범 위험성이 큰 가해자 주변에는 기동순찰대를 집중 배치한다.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격리 기간이 끝난 피해자에게는 민간 경호와 지능형 CCTV를 제공해 보복 범죄 위험에 대비한다. 피해자는 필요할 경우 민간 경비원 두 명이 출퇴근이나 외출을 동행하는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경찰은 또 가해자와 피해자 정보를 한데 모으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재범 위험성을 수치화한다. 그동안 사건별로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결합해 패턴을 분석하고, 위험성을 조기에 포착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를 통해 반복성과 지속성이 특징인 관계성 범죄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피해자가 신고를 주저하거나 보호조치만으로는 범행을 막기 어려웠던 사건들의 경험도 반영됐다. 경찰은 피해자가 수차례 위협과 스토킹을 신고했음에도 접근금지 조치가 효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며, 사건 초동 단계부터 강력한 격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입법 보완도 병행된다. 경찰은 교제폭력의 개념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고 처벌과 보호조치를 담는 방안을 추진한다. 스토킹처벌법은 보복 범죄를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하고, 가해자 격리나 전자발찌 부착 같은 보호조치를 경찰이 직접 법원에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단순화한다. 현재는 검사 청구를 거쳐야 하는 구조라 신속한 조치에 한계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관계성 범죄는 피해자가 신고를 망설이거나 늦추는 경우가 많고, 초범이라도 빠르게 중대한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대책을 통해 첫 신고 단계부터 가해자를 강력하게 분리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