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왜 나오나…무려 400억대 공사 중단시킨 멸종위기종 ‘이 동물’ 정체
2025-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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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고등학교 공사 현장서 출몰한 멸종위기 생명체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복판, 400억 원대 예산이 투입된 신설 고등학교 공사 현장에서 뜻밖의 손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멸종위기 2급 보호종인 맹꽁이다. 단단한 땅속에서 주로 서식하는 이 작은 양서류 한 마리가 등장하면서, 굴착기가 멈추고 수백억 원대 건설 사업이 전격 중단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440억 들인 학교, 개교 차질 우려
경기일보에 따르면 문제의 현장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192번지 일대. 인천시교육청이 440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첨단1고등학교(가칭)’ 건립 부지다. 송도국제도시는 계속된 인구 유입으로 학령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과밀 학급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첨단1고가 들어설 5공구에는 고등학교가 단 한 곳도 없어, 학생들은 먼 거리의 학교에 배정돼 장거리 통학을 감수해야 했다.
이 때문에 학부모 민원이 빗발쳤고, 시교육청은 지난 2023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뒤 올해 초부터 공사에 착수했다. 계획대로라면 2026년 말 준공을 마치고, 2027년 3월 새 학기 개교와 동시에 840여 명의 학생을 수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토목 공사 중 뜻밖의 변수가 발생했다. 흙더미 사이에서 맹꽁이 개체가 발견된 것이다.

멸종위기종 발견에 “공사 전면 중단”
매체에 따르면 맹꽁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발견 즉시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거나 포획·이주 계획을 마련하기 전까지 공사를 이어갈 수 없다.
실제 시교육청은 맹꽁이가 확인되자 곧바로 ‘맹꽁이 포획 및 이주 용역’을 발주했다. 문제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통상 서식지 조사와 이주 절차에는 최소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이미 지난 2022년에도 인천 미추홀구 ‘드림업밸리’ 창업지원주택 공사 현장에서 맹꽁이가 발견돼 장기간 공사가 지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첨단1고 개교 일정이 당초 계획대로 2027년 3월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맹꽁이는 왜 도시 한복판에 나왔나”
환경단체는 이번 사태의 배경에 무분별한 개발이 있다고 지적한다.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맹꽁이가 도심 공사 현장에 자주 출몰하는 건 그만큼 자연 서식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맹꽁이 같은 양서류는 개체 수가 적어 발견 시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고 매체에 말했다.
맹꽁이는 전국 저지대에 분포하며, 땅속에서 은둔하다 장마철에 산란을 위해 모습을 드러낸다. 몸통이 둥글고 팔다리가 짧으며, 등에 자극을 주면 독을 분비하는 독선이 발달해 있다. 물갈퀴는 거의 없지만 뒷발에 돌기가 있어 땅을 파는 데 적합하다. 번식은 보통 5월에서 7월 사이 고여 있는 웅덩이에서 이뤄지며, 알은 하루 만에 부화해 유생으로 변할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다. 하지만 도시화와 습지 파괴로 개체 수는 급감해 보호가 절실한 상황이다.
시교육청 “개교 일정 최대한 맞추겠다”
시교육청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지역 학부모들의 절박한 요구로 어렵게 추진된 학교 건립이 맹꽁이 출현으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포획 및 이주 계획을 마련 중이며, 최대한 지연 없이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매체에 설명했다.
그러나 맹꽁이 이주와 서식지 조성에는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공사 일정이 연쇄적으로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은 생명, 큰 파장
400억 원대 대규모 건설 사업이 작은 양서류 한 종의 출현으로 중단된 이번 사례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급속한 도시 개발이 생태계에 어떤 파장을 낳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맹꽁이 한 마리의 출현이 개발 논리와 생태 보존 사이에서 균형을 다시 묻고 있다.
인천 송도의 신설 고등학교 건립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숙원사업이다. 하지만 동시에 맹꽁이는 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멸종위기종이다. 학교와 환경, 사람과 생명이 부딪힌 현장에서 과연 어떤 해법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