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폐' 이식한 인간, 9일 동안…한국 연구진도 참여한 수술, 믿기 힘든 일 일어났다
2025-08-3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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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로 만든 돼지 폐 활용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가 편집된 돼지의 폐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이번 실험은 중국 광저우의대 부속 제1병원 허젠싱 박사가 이끄는 중국·한국·일본·미국 공동 연구팀이 진행했다. 한국에서는 이 연구에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전경만 교수가 참여했다. 26일 연구팀은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뇌사 상태의 39세 남성에게 돼지의 왼쪽 폐를 이식해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목적이었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사용하여 돼지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방법을 택해, 인간의 면역 체계가 이식된 장기를 거부하지 않도록 했다. 돼지 폐는 이식 후 9일 동안 생존성과 기능성을 유지했으며, 이 기간 동안 초급성 거부 반응(이식 직후 나타나는 심각한 면역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돼지 폐가 인간에게 이식되어도 일정 기간 동안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식 후 24시간 내에 폐 손상의 징후와 3일 및 6일 후 항체 매개 거부 반응(면역체계가 이식 장기를 공격하는 현상)의 징후를 관찰했다. 이러한 면역 반응은 이식된 장기를 표적으로 삼아 거부하는 현상으로 결국 실험은 9일 차에 종료됐다. 환자는 실험이 끝나고도 뇌사 상태가 유지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이종 폐 이식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장기 거부와 감염에 대한 도전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기증자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종 장기 이식은 기증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연구는 이종 간 장기 이식 분야에서 더욱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폐는 다른 장기와 달리 높은 혈류와 외부 공기 노출로 인해 면역 공격에 특히 취약하다. 따라서 면역 억제 요법의 최적화, 유전자 수정의 정교화, 장기 보존 전략의 개선 및 장기 기능의 장기적 평가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돼지에서 사람으로 폐 이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를 계기로 이종 장기 이식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향후 연구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