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시간 만에 도쿄 덮쳤다…日 정부가 공개한 후지산 폭발 시뮬레이션

2025-08-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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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 가옥 붕괴·차량 멈춤·대규모 정전 등 현실적 피해 묘사

후지산이 분화할 경우 불과 3시간 만에 도쿄까지 화산재가 도달하는 모습을 일본 정부가 CG 영상으로 공개했다.

후지산 분화 CG / 일본 내각부 방재 유튜브 캡처
후지산 분화 CG / 일본 내각부 방재 유튜브 캡처

일본 정부는 26일 ‘화산방재의 날’을 맞아 후지산이 대규모로 분화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10분짜리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이번 영상은 1707년 ‘호에이 대분화’를 모델로 삼아 화산재가 수도권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분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영상은 먼저 분화 직후 후지산 주변에 쏟아지는 거대한 화산석을 묘사한다. 지붕을 뚫고 떨어질 정도의 크기와 위력을 가진 화산석이 가옥을 덮치는 모습은 생생한 공포를 전한다. 이어 마그마가 흘러내리는 용암류가 등장한다. 빠르지는 않지만 지나가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장면이 재현됐다. 화산이 무너져 생기는 화쇄류는 시속 100㎞를 넘는 속도로 내려와 도시를 불태우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후지산 분화 CG / 일본 내각부 방재 유튜브 캡처
후지산 분화 CG / 일본 내각부 방재 유튜브 캡처
후지산 분화 CG / 일본 내각부 방재 유튜브 캡처
후지산 분화 CG / 일본 내각부 방재 유튜브 캡처

가장 주목할 부분은 화산재가 쏟아지는 장면이다. 영상은 분화 후 단 3시간 만에 수도권에 화산재가 도달해 도쿄 도심을 뒤덮는 상황을 보여준다. 후지산에서 25㎞ 떨어진 가나가와현 야마키타에는 이틀 뒤 60㎝가 넘는 화산재가 쌓이고, 60㎞ 떨어진 사가미하라에는 20㎝, 100㎞ 떨어진 도쿄 신주쿠에는 5㎝ 이상의 화산재가 내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렇게 쌓인 화산재는 도시 기능을 마비시킨다. 목조 가옥은 30㎝ 이상 화산재가 쌓이면 지붕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될 수 있다. 도로에는 불과 10㎝의 화산재만 쌓여도 자동차가 주행할 수 없으며, 비가 내리면 3㎝만으로도 바퀴가 미끄러져 차량 운행이 불가능해진다. 영상에는 신주쿠 도심을 달리는 차량들이 라이트를 켠 채 거북이걸음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후지산 분화 CG / 일본 내각부 방재 유튜브 캡처
후지산 분화 CG / 일본 내각부 방재 유튜브 캡처

철도 운행 중단과 대규모 정전도 예고됐다. 선로와 전력 설비가 화산재로 뒤덮이면 전류가 차단되고, 통신망과 상수도, 하수도 같은 필수 인프라까지 마비될 수 있다. 식료품 배송과 상점 운영도 끊기며 생활 물자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장면이 CG로 구현됐다.

후지이 도시쓰구 도쿄대 명예교수는 영상에서 “후지산은 과거 평균 30년에 한 번씩 분화했지만 최근 300년 이상 조용했다”며 “젊고 활발한 화산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침묵이 오히려 이상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그는 “다음 분화가 언제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며 국민적 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영상을 통해 후지산 분화가 실제로 발생하면 수도권을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 전례 없는 피해가 닥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각부 관계자는 “CG 영상을 통해 우리 생활에 어떤 위험이 닥칠 수 있는지 상상해보고 대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화산재가 일본 열도 동쪽으로 흘러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편서풍의 영향으로 대기 중 화산재는 일본 상공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본 사회는 지진뿐 아니라 화산 폭발이라는 거대한 재해 위험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이번 영상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

후지산 분화 / 유튜브, 일본 내각부 방재 유튜브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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