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가격 반토막…지금이 가장 싸다는 한국인 밥상 '필수 채소'

2025-08-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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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풍작에 가격 폭락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국민 식재료 가격이 이례적으로 크게 떨어졌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들 / 연합뉴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들 / 연합뉴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무 1개 소매가격은 2431원으로 전년 대비 37.2% 하락했고, 당근 100g은 3630원으로 46.7% 급락했다. 오이는 10.9%, 상추는 27.4% 각각 내려갔다. 최근 5년 평균 가격과 비교해도 무는 17.1%, 당근은 18.9%, 오이는 6.1% 낮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하다.

무·당근·오이·상추는 우리 식탁에서 기본 반찬과 요리에 널리 쓰이는 재료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부담을 느껴왔던 소비자들은 “채소 가격이 한결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여름철에는 김치, 겉절이, 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에 이들 채소가 필수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가격 하락은 가계 지출 완화로 직결된다.

하지만 농가의 상황은 정반대다. 올해는 장마가 짧게 끝나고 큰비보다 맑은 날이 많은 ‘마른장마’가 이어지면서 침수 피해가 줄었고, 농민들이 여유 있게 파종한 물량이 대부분 수확으로 이어졌다. 예상치 못한 풍작이 단숨에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며 가격 폭락을 불러온 것이다.

마트에서 무를 고르고 있는 시민들 / 연합뉴스
마트에서 무를 고르고 있는 시민들 / 연합뉴스

문제는 농가의 생산비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2분기 농가 판매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3.1% 떨어졌지만 농가구입가격지수는 보합세를 보였다. 인건비와 농기계 구입비 등은 오히려 각각 1.3%, 2.5% 상승했다. 판매 가격은 낮아졌는데 생산비는 줄지 않아 농가들은 수입 감소와 비용 증가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농산물 가격 안정 제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농안법 개정안’에 따라 평균가격이 기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정부가 생산비를 보전하는 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기존에 무·배추·양파·마늘·건고추 등 5대 채소에 한정됐던 채소가격안정제가 당근·오이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여름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식탁을 채울 수 있었던 무와 당근, 오이, 상추는 국민 식재료의 대표 격이다. 그러나 풍작으로 인한 가격 폭락은 농가 생존을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다. 소비자 물가 안정과 농가 소득 보장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앞으로 농정의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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