쩍쩍 갈라지고 난리…폭염에 전례 없는 처참한 상황 벌어진 국내 '이 과일' 농가
2025-08-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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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농사 포기하고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기도
레드향 농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폭염에 치명타를 입었다. 게다가 올해 폭염은 지난해보다 심했던 탓에 열과 피해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에 농민들은 작목 전환까지 나서고 있다.

폭염으로 인해 제주 지역 대표 만감류 중 하나인 레드향에서 열과(열매 터짐)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열과 주요 원인은 고온과 열대야다.
열과 피해는 이미 제주 전역을 뒤덮은 상태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도내 레드향 재배 면적의 40%가량이 피해를 입었는데 올해는 40%를 훌쩍 넘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다른 만감류에서도 열과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제주만감류연합회장에 따르면 레드향만 열과 피해를 입은 게 아니라 한라봉과 황금향, 천혜향도 열과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농가에서도 손쓸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재해보험 등 마땅한 보상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많은 레드향 농가가 최근 천혜향으로 작목을 전환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도 아예 농사를 포기하고 다른 작목으로 전환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문제는 일부 품목에 생산이 집중되면 가격 하락 등 연쇄적인 파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기후 변화에 도내 농업 현장 곳곳이 타격을 받으면서 농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메밀 최대 주산지인 제주에서는 기후 변화에 메밀 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 피해가 매년 심화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제주 마늘 재배 면적의 60%가량에서 일명 '벌마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3년간 제주에서 농업 관련 재난 지원금으로만 360억 원이 투입됐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기후 변화가 앞으로 심화할수록 피해는 더 커지고 이는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0월 제주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당시 레드향 열매 3개 중 1개꼴로 열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레드향 농가의 열과 피해율은 37%였고 2023년 피해율(25.7%)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지역별로는 제주시 25%, 서귀포 41.5%로 서귀포 지역이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 농민들은 체감상 피해율이 더 높다고 호소했다.
2023년 기준 도내 레드향 재배 농가는 1661곳에 906㏊로 생산량은 2만5344t이다. 만감류 중에는 한라봉과 천혜향 다음으로 재배 면적이 크다.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레드향은 껍질이 상대적으로 얇은데 지난해 고온과 폭염으로 과피(껍질)가 갈라지거나 열매가 터지는 열과 피해가 속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여름 폭염일수는 21.4일(전년 6.6일), 열대야는 63.3일(전년 37.5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