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내려달라” 부모·아내·딸들까지 5명 살해한 50대 가장, '무기징역' 선고
2025-08-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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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가 부른 참혹한 가족 살해 비극
사업 부도로 막대한 빚에 시달리다 일가족 5명을 차례로 살해한 50대 가장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3부(장석준 부장판사)는 28일 존속살해 및 살인,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50대) 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언도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면제 등을 미리 준비하고 범행할 날짜를 미리 준비하고 계획해 실행한 전체적인 과정에 비춰봤을 때 우발적이 아니고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명의 일가족이라는 피해자의 숫자, 범행 정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형법이 정한 가장 무거운 형인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검사의 의견에도 수긍하지만, 사람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사형은 매우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해야 함이 충분히 인정되지만 사형에 처해야 할 만한 사정이 완벽히 존재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가장 중한 무기징역을 선고해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하고 자유를 박탈해 남은 여생을 평생 가족들에게 속죄하면서 사는 게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이 씨는 재판장이 양형 이유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고개를 숙인 채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이 씨는 지난 4월 14일 오후 8시부터 15일 0시쯤까지 경기 용인시 수지구 소재 자신의 아파트에서 80대 부모, 50대 부인, 10~20대 두 명의 딸 등 각 방에 들어가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을 위해 미리 약물 등 알약을 가루로 만든 후 요구르트와 요플레에 섞어 가족들에게 마시게 해 잠들게 한 뒤 차례로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후에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기고 이튿날인 15일 새벽 승용차를 타고 광주광역시 오피스텔로 도주했다가 같은 날 오전 경찰에 붙잡혔다.
주택건설업체 대표였던 이 씨는 광주광역시 일대 민간임대아파트 신축 및 분양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사기 분양으로 고소당하고 수십억원 상당의 채무를 지면서 이같은 극단적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 조사 결과 피해자 중 큰딸은 유학 중 잠시 한국에 방문했다가 참변을 당했고, 작은딸은 대학 신입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일부 저항이 있었음에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면서 "그간 안타까운 심정으로 접해온 여느 가족간 살인사건과 쉽게 비견되기 어려울 정도로 지극히 반인류적이고 반사회적인 범행"이라며 사형을 구형했다.
이 씨는 최후 진술에서 "사형 같은 법정 최고형으로 엄벌을 내려달라. 평생 뉘우치고 회개하며 살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재판 기간 동안 반성문은 단 1장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