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들이 열심히 잡긴 하는데... 정작 잡으면 안 먹고 놔주는 한국 물고기

2025-08-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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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문제 어종으로 떠오른 한국 민물고기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물 위를 날아다니는 곤충을 순식간에 낚아채고, 한 번 노린 먹이는 끝까지 추격해 입에 넣는 강철 같은 의지. '물속의 건달'로 불리는 끄리의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갈구리 모양으로 휘어진 독특한 턱과 탐욕스러운 식성으로 주목받는 민물고기 끄리는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손맛을 주는 스포츠 피시로 인기가 높지만 식탁 위에서는 의외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끄리 / 국립생물자원관
끄리 / 국립생물자원관

끄리는 잉어목 동아시아피라미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다.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 대만, 일본, 시베리아 등 동아시아 전역에 분포한다. 원래 한강과 금강 등 서해로 흐르는 강의 하류와 저수지가 주요 서식지였다. 1996년 경북 안동의 임하댐에서 발견된 뒤 낙동강 수계로 빠르게 확산했다. 2010년 이후에는 동해안의 초당저수지에서도 발견되면서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성체의 몸길이는 평균 20~30cm이며, 최대 40cm까지 성장할 수 있다. 민물고기 중에서는 대형급에 속한다. 끄리의 가장 큰 특징은 W자 형태로 휘어진 큰 입이다. 위턱과 아래턱이 요철 모양으로 맞물려 한 번 물린 먹이는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중국에서 이 물고기를 마구어(馬口魚)라고 부르는 이유도 입 모양이 말과 닮았기 때문이다.

끄리는 잉어과 어류 중 유일하게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육식성 어종이다. 어린 시기에는 플랑크톤을 주로 먹지만 몸길이 7cm 정도로 자라면서부터 작은 물고기들을 적극적으로 사냥하기 시작한다. 18cm 이상 성장하면 소화관 내용물의 90% 이상이 물고기일 정도로 강한 어식성을 보인다. 피라미나 붕어는 물론 뱀까지 공격할 정도로 탐식성이 강하다.

산란기는 5~7월. 이 시기 수컷은 머리와 배 부분이 주황색으로 변하고 등 쪽은 청자색을 띠는 화려한 혼인색을 드러낸다. 또한 턱과 아가미, 뺨, 꼬리자루, 뒷지느러미에 돌기 모양의 추성이 나타난다. 성질이 급하고 활발해 놀라면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습성이 있어 낚시꾼들에게는 강한 손맛을 주는 어종으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끄리를 식용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장 큰 이유는 민물고기 특유의 강한 흙냄새와 비린내 때문이다. 민물고기는 아미노산 일종인 라이신이 분해되면서 피페리딘 성분이 생기는데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가 발생한다. 끄리의 경우 이런 냄새가 특히 심해 매운탕을 끓여도 냄새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가시다. 끄리는 가시가 매우 많고 촘촘해 살을 발라내기가 어렵다. 숙련된 요리사라도 가시를 완전히 제거하는 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낚시꾼들 사이에서도 ‘잡아도 먹지 않는 물고기’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유튜버 진석기시대가 끓인 끄리 매운탕. 먹다가 포기했다. / '진석기시대' 유튜브
유튜버 진석기시대가 끓인 끄리 매운탕. 먹다가 포기했다. / '진석기시대' 유튜브

그럼에도 일부 지역에선 나름의 조리법이 전해진다. 임진강 일대의 어부들은 X자형 칼집을 낸 후 오랫동안 말려서 식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살을 발라내 어죽으로 끓이거나, 내장을 완전히 제거하고 소금을 쳐서 바짝 말린 후 숯불에 구워 먹는 방법도 있다. 일부 어죽 전문점에서는 생선국수용 육수를 우릴 때 활용하기도 한다.

낙동강에 인위적으로 혹은 다른 경로로 방류된 끄리는 심각한 위해어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탐식성이 강한 특성으로 인해 토착 어종들의 서식환경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관상어로 사육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습성 때문에 수조 뚜껑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공격성이 강해 더 작은 물고기와는 합사하기 어렵다. 턱힘이 매우 강하므로 취급할 때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종합하면 끄리는 생태계 교란 문제와 식용 가치의 한계라는 이중고를 안고 있는 어종이라 할 수 있다.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개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실용적 가치는 제한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레저 낚시에서는 여전히 인기 있는 어종이 까닭에 스포츠 피싱의 대상어로서의 역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끄리 / '진석기시대'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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