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한국영화 리메이크작 위해 '삭발' 감행한 톱스타 여배우가 한 말
2025-08-2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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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대, 우리 세상의 어떤 지점 반영”
6분 50초간 기립박수를 받은 영화 '부고니아'의 주연 에마 스톤이 삭발 연기에 대한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2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 팔라초 델 카지노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스톤은 머리 미는 게 쉬웠는지 묻는 물음에 ”면도날로 밀기만 하면 되는 거잖나. 어떤 헤어 스타일보다 쉽다"라고 답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제시 플레몬스가 연기한 납치범이 스톤의 역할인 제약회사 CEO를 외계인이라고 믿고 납치하는 내용을 담은 '부고니아'는 한국 컬트 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이다.
'부고니아'는 꿀벌을 만드는 의식의 이름이다. 정육면체로 된 작은 집을 만들어 그 안에 소 사체를 집어넣고 기다리면 꿀벌이 만들어진다는 의식이다. 고대 지중해 사람들은 꿀벌이 소 사체에서 자연발생한다고 믿었다.
원작은 장준환 감독이 2003년 4월 4일 개봉한 '지구를 지켜라!'다. 신하균과 백윤식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장 감독 데뷔작인 '지구를 지켜라!'는 대종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춘사대상영화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 감독상을 휩쓸고, 모스크바 영화제 감독상과 로테르담 영화제 특별언급상까지 거머쥐었다. 청년 이병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개기월식 때 외계인이 지구를 멸망시키려 한다고 생각하며, 치밀한 조사를 거듭해 유제화학 사장 강만식이 그 최고 책임자임을 확신하고 납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성으로는 성공했지만 상업적으로는 관객 7만 명에 그쳐 흥행에 실패했던 원작은 이후 한국영화의 호시절과 젊은 감독의 재능, 그리고 차승재 프로듀서의 뚝심이 만들어낸 기묘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톤은 원작에서 백윤식이 연기한 강만식 역할에 해당하는 미셸 CEO를 연기했다. 그는 백윤식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 머리를 깎여 삭발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스톤은 액션 장면을 위한 준비도 했다고 밝혔다. 영화 초반 미셸이 납치범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기 때문이다.
스톤은 이번 영화에 관해 "지금 이 시대, 우리 세상의 어떤 지점을 반영하는 요소가 많다"며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도 매혹적이고 감동적이고 웃기면서도 뒤틀려 있고 생생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가여운 것들',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에 이은 네 번째 작품이다. 스톤은 "요르고스와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가 끌리는 작품과 그가 탐험하고 싶은 세계가 마음에 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란티모스 감독은 이번 영화의 각본에 강하게 이끌렸다고 말했다. 통상 연출작 대부분의 각본을 직접 쓰는 그에게 '부고니아'는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지 않은 첫 작품이다. 각본은 시리즈 '석세션'의 윌 트레이시가 썼고 프로듀서는 영화 '미드소마', '유전'의 아리 애스터가 맡았다. 원작 '지구를 지켜라!'를 배급한 싸이더스와 CJ ENM은 기획 단계부터 제작에 참여했다.
란티모스 감독은 "재밌고 즐거울 뿐만 아니라 매우 강렬했다"며 "각본을 윌과 같이 다듬어갔지만, 처음부터 놀라운 각본이었다. 이미 만들어져있다고 느낀 각본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떠올렸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는 믿음에 사로잡힌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부고니아'는 암울한 미래상을 그린 디스토피아 영화로 읽히기도 한다.
란티모스 감독은 "많은 부분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서 디스토피아 영화로 콕 집어 부르지 않는다"며 "제게 이 영화는 우리 시대를 비추는 작품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게끔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