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승소 판결 받았음에도 한국땅 못 밟을 수도 있는 이유가...
2025-08-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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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입국 가능성 여전히 불투명

가수 유승준(48·미국 이름 스티브 승준 유)은 과연 한국땅을 밟을 수 있을까.
서울행정법원이 28일 유승준의 세 번째 비자 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병역기피만을 이유로 무기한 입국 금지를 할 수 없다"며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의 사증(외국인이 특정 국가에 입국하려 할 때 그 나라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여권에 찍어주는 입국 허가 확인 도장 또는 스티커) 발급 거부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유승준의 실제 입국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 이유가 뭘까.
유승준은 2002년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병역기피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며 그를 입국 제한 대상자로 등록했다. 이후 23년간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유승준은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첫 번째 소송에서 유승준은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LA 총영사관은 대법원 판결 후에도 다시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당시 외교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가 비자 발급 거부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지 유승준에게 비자를 발급하라고 명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두 번째 소송에서도 유승준은 2023년 11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LA 총영사관은 또다시 사증 발급을 거부했다. 이에 유승준은 지난해 9월 세 번째 소송을 제기했고, 이번에도 1심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38세가 넘었다면 처분 당시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옛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병역 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했더라도 38세가 되면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또한 "LA 총영사관이 유승준의 병역을 성실히 이행한 사람들의 박탈감과 상실감, 국민들의 부정적 정서, 국방의 의무와 병역의무 이행의 중요성 등을 입국 금지 결정 유지 사유로 봤지만, 이는 2002년 병역 면탈 행위에 관한 것"이라며 "이를 입국 금지 사유로 삼아 사증 발급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유승준에게 "대한민국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자 발급 거부 당시 출입국관리법이 정한 입국 금지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승준이 법무부의 2002년 입국 금지 결정 자체가 무효라며 낸 입국금지 결정 부존재 확인 소송에 대해서는 "항고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법원은 법무부의 입국 금지 결정이 내부적인 결정에 불과해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럼에도 법원은 실질적으로는 법무부의 입국 금지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입국 금지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음에도 법무부 장관에게 입국 금지 해제를 요청하거나 법무부 장관이 이를 직권으로 해제하지도 않은 채 입국 금지 결정을 유지한 상태에서 사증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된다면 유승준의 실제 입국 가능성은 다시 LA 총영사관의 손에 달리게 된다. 행정소송법 제30조 1항에 따라 행정청은 법원 처분의 취지에 따를 재처분 의무가 있다. 하지만 유승준처럼 두 번이나 선행 판결이 있었음에도 이를 거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법무부는 "입국금지 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자 재량"이라며 "유승준이 계속적으로 국민들과 언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유승준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법무부가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처분을 계속하고 있어 유승준의 입국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LA 총영사관이 비자를 발급하더라도 유승준은 또 다른 관문을 넘어야 한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11조는 출입국심사관이 "대한민국의 안전·질서·공공복리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판단으로 입국을 거부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비자를 받더라도 공항에서 출입국심사관의 최종 판단에 따라 입국 거부를 당할 수 있다.
출입국심사관의 판단은 행정처분이다.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 판단의 핵심은 심사관의 재량이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있다. 법원은 판단 근거가 공익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했는지, 혹은 단순 여론이나 정서에 좌우된 자의적 결정인지 중점적으로 본다.
흥미롭게도 출입국심사관은 단순히 외형적 조건뿐 아니라 입국하려는 목적과 동기도 평가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만약 입국 의도가 단순한 정착이나 문화 활동을 넘어 이미 논란이 된 정황과 연관된다면, 이는 ‘공공복리에 해가 될 우려’라는 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 판단 근거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유승준 측도 이런 상황을 의식해 법원에 소송과 함께 간접 강제 신청을 냈다. 거부 처분에 대한 취소 판결 등이 확정된 뒤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처분이 지연될 경우 배상 명령 등의 방법으로 행정기관에 대해 판결 효력을 강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LA 총영사관이 그 재처분 의무를 임의로 이행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각하했다.
결국 LA 총영사관의 비자 발급 거부와 유승준 측의 소송 제기가 계속될 경우 소송이 쳇바퀴 돌 듯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다. 한 법조인은 "LA 총영사관이 판결 취지를 따르지 않는다면 법적 분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LA 총영사관의 결정은 지켜볼 문제"라고 말했다.
유승준의 입국을 둘러싼 논란은 법적 판단과 사회적 정서가 맞물린 복합적 문제다. 법원은 세 차례 연속으로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가 위법하다고 판단했지만, 행정부는 여전히 국민 정서와 사회적 혼란 가능성을 들어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23년간 이어진 유승준의 입국 시도가 성공할지는 결국 LA 총영사관과 출입국 당국의 최종 결정에 달려 있다. 법적 승리는 얻었지만 실제 입국까지는 여전히 높은 벽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