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굴욕에 폐지까지…시청률 1.1%로 끝난 KBS 수목 드라마

2025-08-2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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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회 시청률 1.1%로 조용히 막 내린 한국 드라마

지상파 방송가에 또 하나의 변화가 찾아왔다. KBS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수요일과 목요일 밤 드라마 편성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은 1%대 시청률로 씁쓸하게 퇴장했다.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속 한 장면 / KBS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속 한 장면 / KBS

지난 28일 방송된 KBS 2TV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최종 12회는 전국 가구 시청률 1.1%를 기록하며 조용히 막을 내렸다. 0%대 시청률은 벗어났지만 지난달 23일 첫 방송에서 달성한 1.7%보다 0.6%포인트 하락해 아쉬운 마무리를 보였다. 첫 방송 이후 꾸준히 1%대 시청률을 지켜오던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는 지난 21일 10회에서 자체 최저 시청률인 0.5%를 기록하는 등 부진의 늪에 빠졌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각색한 이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는 어느 날 갑자기 남성의 외모로 변해버린 여성과 그의 연인이 겪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다뤘다. 제작진은 사전제작 방식을 택해 총 12부작으로 완성했으며, 아이돌 그룹 출신 연기자들을 대거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주연 배우 아린과 윤산하 / KBS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주연 배우 아린과 윤산하 / KBS

오마이걸의 아린이 여자 주인공 김지은을, 아스트로의 윤산하가 그의 남자친구 박윤재를 연기했다. 여기에 이달의 소녀 출신 츄가 강민주 역을, 유정후가 '남성 버전 김지은'인 김지훈 역을 맡았다.

최종회에서는 주인공들이 성별 변화라는 특수한 상황을 받아들이며 사랑을 완성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미국 유학을 떠났던 박윤재가 김지훈이 쓴 웹소설을 통해 진심을 깨닫고 한국으로 돌아와 재회하는 장면이 핵심이었다.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에 출연한 배우 유정후와 윤산하 / KBS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에 출연한 배우 유정후와 윤산하 / KBS

작품 속에서 박윤재는 "난 이제 네가 김지훈이든, 김지은이든 아무 상관 없어, 그냥 너면 돼"라고 고백하며 성별을 초월한 사랑을 표현했고, 김지훈은 "너와 함께한 순간들은 내가 여자이건, 남자이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어, 그냥 행복했으니까"라며 화답했다.

출연진들은 종영을 맞아 각자 소감을 밝혔다. 윤산하는 소속사를 통해 "벌써 아쉽고 허전한 마음이 크다.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와 '박윤재'라는 캐릭터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만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며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어 "'윤재'라는 친구를 만나 시청자분들과 매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에 출연한 츄와 아린 / KBS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에 출연한 츄와 아린 / KBS

아린 역시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감독님 스태프분들 선배님 그리고 배우분들과 함께 정말 행복하고 즐겁게 촬영했던 작품인데 어느새 종영이라니 시원섭섭한 마음이다"라며 "지은이를 연기하며 저 자신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많은 것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드라마를 사랑해 주시고 재밌게 시청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흥미롭게도 이 드라마는 국내에서의 저조한 반응과 달리 일본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일본 최대 통신회사인 NTT도코모가 운영하는 OTT 서비스 레미노에서 10회까지 한류·아시아 콘텐츠 인기 순위 상위 5위 안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리며 해외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러한 해외 성과에도 불구하고 KBS는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종영과 함께 수목드라마 편성 자체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최근 새롭게 신설한 토요일과 일요일 미니시리즈에 집중할 계획이며, 현재 마동석 주연의 '트웰브'를 통해 주말 시간대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작품의 직전 수목드라마였던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최고 시청률 3.4%, 최종회 시청률 3.2%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보였었다.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윤산하와 아린 / KBS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윤산하와 아린 / KBS

업계에서는 KBS의 수목드라마 폐지가 여러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지속적인 시청률 하락이다. 최근 KBS 수목드라마들이 평균 0~3%대 저조한 성과에 머물면서 경쟁 방송사 대비 현저히 떨어지는 경쟁력을 보여왔다.

시청 패턴의 변화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시청자들이 실시간 방송보다는 주말 몰아보기나 OTT 서비스를 통한 시청을 선호하면서 기존 편성 방식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본방사수의 의미가 약화되고 광고 수익 확보가 어려워졌다.

제작비 부담 증가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인기 배우들의 출연료 상승과 전반적인 제작비 증가로 인해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이 크게 늘었지만, 이에 상응하는 광고 수익을 얻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한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는 이유다.

텔레비전 매체 자체의 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OTT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상파 방송의 광고 매출이 대폭 감소했고, 이는 방송사의 재정 악화로 이어졌다.

KBS는 공식적으로는 완전한 폐지가 아닌 '수시 편성' 방식으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고정 편성을 중단하고 위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튜브, KBS Drama

이러한 변화는 비단 KBS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을 막론하고 드라마 편성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오직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작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의 1.1% 종영은 단순히 한 작품의 아쉬운 마무리가 아니라, 변화하는 방송 환경에서 전통적인 편성 방식이 직면한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앞으로 지상파 드라마 제작사들은 더욱 신중한 기획과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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