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인정 첫 판결, 대법에서 결국 뒤집혀…“페달 오조작 배제 못해”

2025-08-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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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급발진 책임 판결…대법에서 파기환송

대법원이 BMW 차량 급발진 사망 사고와 관련해 제조사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gnepphoto-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gnepphoto-shutterstock.com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2018년 발생한 부부 사망 교통사고와 관련해 유족이 BMW코리아와 정비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제조사 책임을 일부 인정한 항소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고는 2018년 5월 호남고속도로 논산 방면에서 발생했다. 당시 60대 부부가 BMW 승용차를 타고 달리던 중 갑자기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차량은 비상등이 켜진 상태로 약 300m를 시속 200㎞ 넘게 주행하다 충돌했고 부부는 현장에서 숨졌다.

이 차량은 사고 전날 BMW코리아 정비소에서 점검을 받은 상태였다. 유족은 차량에 결함이 있었고 정상적으로 운행하던 중 급발진이 일어나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족은 수입사와 정비업체에 8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 / 유튜브 'SBS 뉴스' 캡처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 / 유튜브 'SBS 뉴스' 캡처

1심 재판부는 제조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사고 차량에서 브레이크 등이 켜지지 않은 점을 근거로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차량 결함이나 급발진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종합해 급발진 가능성을 인정했다. 부부가 건강상 문제가 없었고 평소 운전 습관에도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는 점, 사고 차량이 충돌 직전까지 정상 속도를 유지했다는 점, 엔진 결함이 있을 경우 브레이크 페달이 딱딱해져 제동등이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결국 항소심은 제조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유족 2명에게 각각 4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급발진 사고에 대한 제조사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항소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조물책임법상 결함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고 당시 브레이크 등이 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운전자가 실제로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확인할 수 없고 제동 장치와 엔진 결함의 연관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운전자가 정상적으로 페달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제시된 정황만으로는 이를 확인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정상 주행을 했다는 정황이나 운전 경력만으로는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급발진이라는 이례적 상황을 뒷받침할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또 사고 차량에 사전에 결함 징후가 있었다거나 같은 모델에서 유사한 이상 현상이 보고됐다는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헀다. 따라서 차량 결함보다는 운전자의 페달 조작이 사고 원인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5년 동안 이어진 법정 다툼은 대법원 판단으로 다시 원심으로 넘어가게 됐다. 유족은 사고 이후 줄곧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며 제조사 책임을 인정한 항소심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0년 항소심에서 급발진 책임이 처음 인정됐을 당시 뉴스 / 유튜브, SBS 뉴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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