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다서 잡혀서는 안 될 물고기가 잡혔다... 수산물 전문가도 깜작

2025-08-3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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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다에서 살았으면 하는 맛있는 외래종?

한국 바다에서 잡혀서는 안 되는 물고기 귀족도미가 잡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한국 바다에서 잡혀서는 안 되는 물고기 귀족도미가 잡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경기 일산시의 한 횟집에서 평범하지 않은 물고기 한 마리가 수조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언뜻 보면 감성돔과 닮았지만 아가미에 금색이 섞인 커다란 검은 무늬가 특징적이다. 이 물고기는 지구 반대편 대서양에서만 서식하는 '귀족도미'다. 먼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어떻게 한국 횟집까지 오게 됐는지 유명 수산물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가 29일 영상에서 파헤쳤다.

횟집 사장은 이 귀족도미가 약 1년 반 전 자연산 감성돔과 줄돔이 올라올 때 함께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는 "거래처에서 가져왔다. 거래처가 너무 작고 이름도 몰라서 판매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무료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손바닥만 했던 크기에서 현재는 약 20cm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 바다에서 잡혀서는 안 되는 물고기 귀족도미가 잡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한국 바다에서 잡혀서는 안 되는 물고기 귀족도미가 잡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사장은 서해나 남해 쪽에서 잡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밥을 줬더니 먹더라. 물고기를 주니까 먹어서 그 이후로 계속 키우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방어 살이나 산낙지를 잘게 썰어 먹이로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래가 있으면 색이 변한다. 눈빛이 더 이쁘게 변한다"라며 환경 변화에 따라 체색이 변화한다고 밝혔다.

귀족도미의 정식 명칭은 '길트헤드 브림(Gilthead Bream)'이다. 포르투갈에선 '도라다'로 불린다. 농어목 도미과에 속하는 어류로 우리나라 감성돔과 참돔의 사촌뻘이다. 은빛 광택이 나고 아가미에 금색이 섞인 커다란 검은 무늬가 특징이다. 성체로 자라면 아가미와 양 눈 사이에 찬란한 황금색이 두드러진다.

유럽권에서는 고급 식재료로 통한다. 비린내가 적고 향긋하며 단맛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에서는 시장은 물론 백화점 식품 매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주로 스테이크로 이용되지만 회로도 먹을 수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만 서식하는 귀족도미가 한국에서 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진도 앞바다에서 자연산이 잡힌 적이 있다. 부산 앞바다의 횟집 수조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중요 단서가 하나 더 있다. 최근 중국에서 귀족도미 양식이 이뤄지고 있다.

원래 이 물고기가 해류를 타고 한국 바다로 왔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전 세계 해류도를 보면 유럽 쪽에 사는 어류가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양을 거쳐 한국 바다로 오거나, 반대편 태평양을 가로질러 동아시아로 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수족관 속 귀족도미.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수족관 속 귀족도미.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가장 높은 확률은 양식장 탈출 개체가 서해든 남해 쪽으로 유입돼 야생에서 적응해 살다가 그물에 잡힌 것이다.

양식장에서 풀려난 귀족도미가 한국 바다에서 적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멸 회유어의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이들이 사는 환경은 최소 수온 18도 이상인데, 특히 서해 쪽은 겨울이 되면 수온이 8도까지 내려간다. 18도에 사는 어류가 8~10도로 낮은 곳에서 살면 동사하기 마련이다.

평형수에 실려 왔을 가능성도 있다. 평형수란 선박의 무게중심을 잡아 균형을 유지하고, 선박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싣는 바닷물이다. 무역선들의 평형수가 바다에 뿌려지면서 각종 부착생물의 씨앗들이 전 세계로 퍼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미더덕 친구인 오만둥이는 원래 멕시코만 쪽에 살았는데 지금은 전 세계에 퍼져 있다. 홍합으로 불리는 지중해 담치도 마찬가지다. 원산지는 지중해이지만 평형수에 실려 와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몇 년 전 서해에서 잡힌 터봇(대문짝넙치)도 있다. 작은 개체가 잡혔다면 양식장 탈출을 의심할 수 있다. 실제로 여수 앞바다에서 잡힌 정체불명의 광어가 제보된 바 있다. 제주 양식장에서 탈출한 터봇으로 추정됐다. 서해에서 잡힌 터봇은 무려 9kg에 달했다. 양식장 탈출 개체가 오랫동안 서해에 정착해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점성어도 비슷한 경우다. 원산지는 멕시코만 카리브해로 스포츠 피싱으로 잡던 어류인데, 중국에서 대량 양식돼 한국에서 점성어란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통영 앞바다 쪽에 하역 과정에서 탈출된 개체가 서식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쪽 바다가 상대적으로 따뜻해 원서식지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경주 감포, 포항 일대에서 번식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항구 쪽에서 원투낚시로 점성어가 잡히고 있다. 최근에는 투망으로 점성어를 잡는 모습이 제보되기도 했다.

흰다리새우도 있다. 중남미 쪽에 서식하던 흰다리새우는 현재 전 세계에서 양식되고 있다. 서해 일대와 전남 일대에서 새우 양식을 많이 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민어 낚시를 비롯해 바닥낚시용 미끼로 살아 있는 흰다리새우를 양식장에서 사와서 사용한다. 낚시꾼들이 남는 새우를 바다에 버리면서 일부가 생존해 번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자연산으로 분류된 새우류 중에서 타이거새우, 보리새우와 함께 흰다리새우가 한 그물에 잡힌 적이 있다. 번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국 바다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인공 교배종이 탈출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왕자바리다. 아열대성 그루퍼과인 대왕바리와 제주 자바리를 인공적으로 교배한 하이브리드 종이다. 양식으로만 유통됐지만 탈출했거나 하역 과정에서 빠져나간 개체가 자연 상태에서 그물에 잡힌 적이 있다.

수온 상승으로 인한 아열대성 어류의 북상도 주목할 만하다. 원래 한국 바다에서는 잘 잡히지 않았던 인도네시아나 대만, 필리핀 쪽 아열대성 어류들이 따뜻한 난류 확장과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서식지가 점점 북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감자바리(포테이토 그루퍼)가 있다. 원래 호주나 파푸아뉴기니 근처에서만 살던 어류인데 일본 남부까지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으며, 제주도 부근까지 올라와 잡히고 있다.

갈색둥근바리도 마찬가지다. 제주 자바리의 사촌격으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양식되는 어류다. 동남아에서 주로 서식하는 아열대성 어류인데, 강원도 최북단인 고성에서 잡힌 적이 있어 난류를 타고 북상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슷한 이유로 갈색둥근바리가 한국 해역에서 잡혀 여의도 횟집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현재 경기도 일산 횟집에서 키워지고 있는 귀족도미는 수온 15~16도 환경에서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다. 사장은 "수온이 얘한테는 조금 찰 수 있다. 그러면 성장 속도가 아무래도 좀 늦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귀족도미가 한국 바다에서 잡혔다.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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