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넘었다... 해외평론가 17명이 '100점 만점' 점수 매긴 한국영화
2025-09-0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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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 가능성 커” 예측까지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대기업의 구조조정으로 하루아침에 해고된 주인공 만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만수는 AI 기술의 발달로 자신의 직업이 대체되는 현실에 직면하며, 생존을 위해 점차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박찬욱 감독은 특유의 세련된 연출과 날카로운 사회적 통찰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을 유머와 긴장감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안긴다.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 따르면 1일 오전 8시 30분 기준으로 ‘어쩔수가없다’는 17개 매체의 리뷰에서 100점 만점을 기록했다. 이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받은 99점(485명 집계)을 넘어서는 수치다. 다만 극장 개봉 후 더 많은 비평가의 리뷰가 추가되면 평점이 변동할 가능성도 있다.
영국 BBC는 <‘황홀하게 재미있는’ 한국의 걸작은 올해의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리뷰에서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와 ‘아가씨’에 이어 경제적 불안을 다룬 암울하면서도 웃긴 코미디를 선보였다”며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큰 히트작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해 별점 5점을 부여했다. BBC는 특히 영화의 주제인 고용 불안과 AI의 영향력을 현대 사회의 보편적 문제로 다룬 점을 높이 사며 “만수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박찬욱의 눈부신 살인 코미디는 통제된 혼돈을 보여주는 마스터클래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올드보이’, ‘아가씨’, ‘헤어질 결심’을 만든 한국 감독이 해고의 광기를 풍자한 황홀할 만큼 재미있는 블랙 코미디로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을 빛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이 현존하는 가장 우아한 영화감독일 수 있다는 증거로 가득 찬 최신작”이라면서 “(박찬욱 감독의 연출은) 시각적 아름다움과 내러티브의 긴장감을 완벽히 조화시켰다”고 극찬했다.
스크린데일리는 영화의 주제적 깊이에 주목하며 “이 영화는 극도로 재미있는 동시에 장기 실업자들의 절망과 기업 세계의 불필요한 잔혹성에 대한 가슴 아픈 탐구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을 잠식해 감에 따라 우리 모두가 주인공 ‘만수’가 될 수 있다”면서 영화가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을 예리하게 포착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만수의 점차 무너져가는 정신 상태를 묘사한 장면들이 “코미디와 비극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간다”고 덧붙였다.
인디와이어는 <‘노 아더 초이스’라는 제목처럼 오스카 시상식은 마침내 박찬욱 감독을 후보에 올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거장 감독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이 블랙코미디는 박 감독의 도발적인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과거 작품들처럼 지나치게 잔혹해 심사위원을 외면하지 않는다”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췄다”고 평가했다. 또한 만수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친 점이 오스카 심사위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는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상영된 후 관객과 비평가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박찬욱 감독 특유의 시각적 스타일과 스토리텔링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속 만수는 평범한 회사원에서 점차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이를 연기한 이병헌의 섬세한 연기가 몰입감을 더한다. 영화의 배경인 현대 도시와 AI로 가득 찬 사무실은 관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불안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박찬욱 감독의 연출에 대해선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든다”는 호평을 받는다.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의 기존 작품들과 비교해도 독보적인 매력을 지닌 작품이란 말을 듣는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특정 장면은 비평가들 사이에서 “박찬욱 감독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순간”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 장면은 만수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해외 매체의 반응을 종합하면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의 커리어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영화는 베니스영화제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글로벌 배급을 앞두고 있으며,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박찬욱 감독의 첫 오스카 후보 지명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