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개봉 한참 전인데, 벌써 '손익분기점' 돌파…말도 안 되는 역대급 '한국영화' 등장
2025-09-0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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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비평가 10여명 평점 '100점' 준 한국영화
정식 개봉 이전 단계에서 이미 제작비 회수를 끝냈다는 '레전드' 한국 영화가 등장했다. 매우 이례적인 소식에 많은 영화팬들이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그 작품 정체는 '올드보이'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으로 세계 영화사에 이름을 새긴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어쩔수가없다'는 해외 선판매 수익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는 점이 미래에셋증권 등을 통해 최근 전해졌다. 다만 손익분기점 수치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전해지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은 하반기 글로벌 콘텐츠 수요 확대와 중국 규제 완화 흐름을 근거로 이번 '어쩔수가없다' 선판매가 CJ ENM 실적 개선 여지를 키우는 촉매로까지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개봉 전 회수 완료라는 수식은 한국 상업영화 시장에서 드문 편이고, 보수적으로 계산하더라도 홍보비와 후반 추가비용을 고려해도 선판매 수익의 절대 규모가 적지 않다는 점이 업계에 전달됐다.
해외에서 먼저 터진 '어쩔수가없다'

제82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어쩔수가없다'는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 기준 지난달 31일 정오(미 서부시간) 시점 비평가 리뷰 17건이 모두 신선도 만점을 부여해 100점을 기록했다. 직전 한국어 작품 중 글로벌 레퍼런스로 자주 비교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485명 비평가 집계에서 99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표본 수가 적은 초기 국면임에도 최대치에 도달했다는 사실 자체가 눈에 띈다. 표본 확장에 따라 향후 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개봉 전 공개 시점에서 이 정도 수치는 희귀한 케이스로 분류된다.
BBC는 "황홀하게 재미있는 한국의 걸작은 올해의 '기생충'"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별점 5점을 부여했고, 버라이어티는 "통제된 혼돈을 보여주는 마스터클래스"라는 규정으로 베네치아 경쟁 부문 상영작 중 존재감을 명확히 했다. 스크린데일리는 작품이 장기 실업과 기업 세계의 불필요한 잔혹성을 동시에 응시한다는 점을 짚으며, 인공지능이 잠식하는 노동시장 구조 속에서 누구나 주인공 만수가 될 수 있다는 감상을 남겼다. 북미 시상식 레이스 관점에서 인디와이어는 영어 표기 'No Other Choice'를 빗대 "아카데미가 박찬욱을 마침내 후보에 올릴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는 문장으로 차기 시상식 구도를 전망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어떤 작품?

이 작품 서사는 냉혹하게 계산된 경제 현실에 닿아 있다. '어쩔수가없다'는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를 토대로 한국 현실에 맞춰 각색한 블랙코미디이자 범죄 스릴러다. 주인공 유만수는 25년 경력의 제지회사 엔지니어로 살아왔으나 구조조정 통보 한 줄, "어쩔 수 없습니다"라는 문장 하나로 생계와 정체성이 붕괴한다. 마트 임시직으로 버티며 재취업을 시도하지만 반복되는 좌절 끝에 집까지 경매 위험권에 들어가자, 그는 경쟁자 제거라는 극단의 전략을 설계한다. 가짜 구인광고로 면접자를 불러내고, 다섯 명을 표적으로 삼아 치밀하게 실행하는 과정에서 평범했던 한 개인이 괴물로 변해가는 궤적이 기록된다. 이 서사는 단발적 폭력의 스릴을 소비하는 대신 "어쩔 수 없다"는 말이 기업 논리와 개인의 폭력을 동시에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동하는 순간을 노출한다. 박찬욱의 카메라는 음울함과 웃음을 교차시켜, 불안정 고용과 생존 경쟁이 일상화된 시대의 감정 지형을 아이러니로 밀어붙인다.
서사의 귀결은 불편한 질문에 멈춘다. 영화는 폭력의 물리량보다 폭력이 체제 속에서 인정되고 보상받을 때 발생하는 냉기를 응시한다. 주인공 개인의 윤리 파산이 아니라, 그 파산을 가능케 하고 때로는 유효한 전략으로 등재하는 구조의 균열이 핵심표적이다. 따라서 감상의 여지는 선악 구분을 넘어 노동·고용·복지·교육의 연결고리까지 확장된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이 공적 영역에서 의사결정의 책임 회피로 작동하는 순간, 사적 영역에서는 폭력의 면허증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신호가 장면마다 배치된다. 이 지점이 해고의 광기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라는 정의를 넘어, 동시대 사회 드라마로 읽히는 이유다.
역대급 캐스팅 라인업 완성된 '어쩔수가없다'

캐스팅 라인업은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견인한다. 유만수 역의 이병헌은 절제와 폭발을 오가는 변주로 타이틀 롤의 무게를 붙잡고, 손예진이 아내 미리로 생활의 균열을 추적하는 감정선을 주도한다. 박희순은 회사 조직의 미세한 권력 구조를 드러내는 최선출로, 차승원과 이성민, 염혜란, 유연석은 만수가 통과해야 하는 기회의 문이자 제거 대상으로 배치돼 장르적 긴장과 풍자의 밀도를 높인다. 장르적 측면은 블랙코미디와 범죄 스릴러, 사회 드라마의 혼종으로 정리되며, 슬픔과 냉소, 웃음과 잔혹성이 한 프레임 안에서 충돌한다. 영화적 스타일은 통제된 미장센과 리듬감 있는 편집, 세밀한 사운드 설계로 감정을 주조하고, 잔혹성의 묘사는 쾌락을 겨냥하기보다 구조의 잔인함을 드러내는 도구로 쓰인다.
'어쩔수가없다'는 개봉 전 선판매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했고, 베네치아 첫 공개 직후 수치로 확인된 평단 호응까지 확보했다. 블랙코미디와 범죄 스릴러의 외피를 입었지만, 본질적으로는 경제 불안의 시대에 개인이 시스템과 충돌할 때 발생하는 균열을 기록한 사회적 영화다. 개봉 이후 관객 지표가 더해지면 흥행과 상 업적 성과의 상관관계를 실측할 수 있고, 시상식 시즌 돌입과 함께 국제적 위상은 다시 한 번 재정렬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확인되는 사실만 적어두면 된다. 개봉은 아직 남아 있고, 회수는 이미 끝났다. 남은 관측치는 얼마나 더 벌어들이느냐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