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에 쟁여놨어야 했는데…가격 천정부지로 뛴 '국민 생선'

2025-09-0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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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식탁 물가 영향 끼쳐

처서가 지나도 더위는 꺾이지 않았다. ‘처서 매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폭염은 계속되고 있고, 그 여파는 식탁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 + Inflation)’ 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더위로 인해 밭작물뿐 아니라 가축, 수산물까지 줄줄이 생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 진열된 고등어 /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 진열된 고등어 / 연합뉴스

특히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국민 생선’ 고등어의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고등어는 부담 없는 가격, 간편한 조리법, 친숙한 맛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생선이다. 구이, 조림, 찜, 통조림까지 요리 방식도 다양하고, 지역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소비되는 대표적인 대중 식재료다. 그만큼 가격 상승에 대한 체감도도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8월 27일 기준 신선냉장 고등어(대 등급) 소비자가격은 1마리당 4468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3744원)보다 19.3% 상승했다. 냉동 고등어는 27%, 염장 고등어는 무려 44%나 가격이 올랐다.

가격이 오른 이유는 생산량 부족 때문이 아니다. 7월까지 고등어 어획량은 7만6523톤으로, 지난해(4만1063톤)보다 크게 늘었다. 오히려 ‘풍년’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중·대형급(300g 이상)의 고등어는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7월 기준 부산공동어시장에 출하된 고등어 중 중·대형급 비중은 단 1%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8%에 비하면 거의 씨가 마른 셈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 진열된 고등어 /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 진열된 고등어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기록적인 고수온 현상이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고등어는 수온 변화에 민감한 어종으로, 적정 수온은 15~20도다. 수온이 이보다 높아지면 먹이 활동이 줄고, 성장도 느려진다. 어군이 분산되거나 북상하면서 중·대형급 고등어를 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러한 고수온 현상은 연안 양식장 피해로 이어지면서 양식어종의 가격 상승도 동반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연안 수온은 최근 57년간 1.58도 상승했다. 전 세계 평균(0.74도)의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양식장에서는 고수온 경보가 예년보다 앞당겨 발령되고 있으며, 지난해 폐사 피해는 1430억 원에 달했다. 올해는 그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우럭 등의 양식 어종은 출하량이 줄고 있다. 7월 우럭 출하량은 전월 대비 21%, 전년 동기 대비 17.5% 감소했다. 수온 급등으로 품질이 떨어지고 폐사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내놓을 물량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고등어의 가격이 오르면 전체 식탁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가격은 오르고 품질은 떨어지는 ‘히트플레이션’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서민 가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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