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팔아야 되는데 전멸”…안 그래도 귀한데 출하 물량 0된 '고급 생선' 정체
2025-09-0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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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두고 적조 덮친 남해안 양식장 비상
경남 남해안 일대 양식장에서 적조 현상으로 인한 어류 집단 폐사가 연일 이어지면서 어민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특히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출하를 준비하던 고급 어종들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3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도내 양식장 41곳에서 넙치, 숭어, 감성돔, 농어, 참돔 등 61만 4000마리가 적조로 폐사했다. 피해 금액은 13억 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남해군 양식장 25곳에서 55만 9000마리, 하동군 양식장 16곳에서 5만 5000마리가 각각 떼죽음을 당했다고 어민들이 신고했다.
현장 상황은 더욱 참담했다. 남해군의 한 가두리양식장은 연일 계속되는 적조로 폐사한 물고기들로 가득 찼다. 어민들은 바다 위로 떠오른 죽은 물고기들을 뜰채로 건져 올려 대형 생선 통에 담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항구에는 500kg 용량 대형 생선 통을 실은 어선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폐사한 물고기들은 15t 특장차로 옮겨져 하루 3~4차례 운행을 통해 45~60t씩 수거되고 있다. 마을 일대에는 썩은 생선 냄새가 진동해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0.7헥타르 규모 가두리양식장을 운영하는 한 어민은 절망감을 토로했다.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3년간 정성 들여 키운 참돔을 추석을 앞두고 전국 수산물 시장과 마트로 출하하려 했지만, 모두 폐사했다"며 "그동안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해줬는데 이제는 (더 바랄 수 있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30년 어업에 종사하면서 이렇게 큰 피해는 처음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KNN과 인터뷰에 나선 다른 어민은 "추석 때하고 올해 11월되면 다 출하할 고기들이다. 어떻게 뭐 방법이 없다. 전멸이다"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적조 피해의 주범은 '코클로디니움'이라는 유해 조류다. 대량 번식할 경우 바닷물 속 산소를 고갈시키고, 물고기 아가미에 달라붙어 세포를 손상시켜 폐사에 이르게 한다.
이번 적조 발생은 지난달 서부 경남 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가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육상에서 다량의 영양염류가 바다로 유입되면서 적조가 확산됐고,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적조 성장에 적합한 수온이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상준 남해군 어업지원팀장은 "찬 공기가 내려오고 바다 온도가 떨어지지 않으면 (방제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달 26일 경남 서부 연안에 올해 첫 적조 특보를 발령했다. 이후 남해군, 하동군 일대에서는 거의 매일 10만 마리 안팎의 양식 어류가 폐사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오후 5시를 기해 거제 동부 앞바다까지 적조 주의보가 확대 발령되면서 진해만을 제외한 경남 전 연안에 적조 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적조가 경남 동부 해역으로 확산되면서 피해 지역이 더욱 늘어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대량 폐사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어종은 참돔이다. 평소 고급 횟감으로 인기가 높던 참돔은 최근 몇 년간 광어, 우럭 등 다른 양식 어종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해왔다.
하지만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발생한 이번 집단 폐사로 참돔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에서는 폐사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참돔이 '더 귀한 생선'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폭염과 적조로 인한 주요 횟감 어종의 산지 가격이 전년 같은 달 대비 최대 40% 급등한 사례가 있어 참돔 가격 역시 단기적으로 즉각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남 지역에서는 2019년 적조로 양식 어류 200여 만 마리가 폐사해 36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이후 5년간 대규모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 다시 대규모 적조가 발생하면서 양식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최근 4~5년 사이 남해안에서는 수온 상승에 따라 아열대성 독성 플랑크톤이 유입되고, 창궐하는 적조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시간당 수백mm에 달하는 폭우에 바다의 영양 환경이 순식간에 급변하는 것도 이런 변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양식장 주변에서는 배들이 오가며 황토를 집중 살포하는 적조 방제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경남도는 어민 신고를 계속 접수하며 폐사 피해 확산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