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귀한데… 멸종위기 희귀동물 직접 볼 수 있는 의외의 장소
2025-09-0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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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만 하면 누구나 참여 가능
웃는 얼굴의 돌고래를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열린다.

잔잔한 남해 파도 사이로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듯한 작은 돌고래가 유영한다. 경남 사천 초양도 연안에서는 매년 가을, 멸종위기종이자 국내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물살을 따라 새끼와 함께 헤엄치는 모습은 잠시 머무는 여행자들에게도 오래 기억될 장관이다.
국립공원공단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는 9월부터 11월까지 경남 사천시 초양도에서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생태 교육 프로그램 ‘사천 초양도 상괭이 이야기’를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상괭이는 한 해 중 3~6월, 9~11월에 바닷물 수위가 가장 높은 ‘사리’ 때 초양도 연안에서 자주 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사무소는 오는 11월까지 초양도 탐방지원센터 일원에서 상괭이 관찰과 생태 해설을 결합한 체험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월 8회, 사전 예약제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초양도 앞바다에서 상괭이를 직접 관찰하고, 공원사무소가 촬영한 먹이 활동이나 새끼 성장 과정 등 희귀 영상과 사진 자료를 통해 생태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생태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유아 및 초등 저학년용 워크북을 제작해 활용하며, 상괭이 석고 방향제 만들기, 탄소중립 화분 만들기 등 체험 활동도 함께 운영된다. 프로그램 예약은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을 통해 가능하다.
김병부 한려해상국립공원 탐방시설과장은 “상괭이 서식환경과 활동 반경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자연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야생 돌고래를 관찰하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해양 생태계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괭이는 이빨고래류 쇠돌고래과에 속하는 해양포유류로 머리가 뭉툭하고 등지느러미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로, 웃는 듯한 얼굴 때문에 ‘웃는 고래’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상광어’로 기록돼 있어, 조선시대 문헌에도 등장하는 오래된 토종 해양생물이다.
몸길이는 태어났을 때 72~85cm, 성체는 최대 2m에 달한다. 새끼일 때는 흑색을 띠며 성장하면서 회백색으로 바뀐다. 사람을 피해 조용히 다니는 습성이 있어 관찰이 쉽지 않다. 보통 2~3마리씩 무리를 짓지만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는 30마리 이상 큰 무리를 이루기도 한다. 자주새우 등 갑각류를 먹으며 먹잇감의 이동을 따라 이동하는 습성이 강하다.
상괭이는 주로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 연안처럼 수심이 얕은 해역에서 서식한다. 인천 백령면에서 전남 신안군 도초면에 이르는 서해 연안은 대표적인 보호축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으며, 경남 고성군 하이면 앞바다 210ha는 국내 최초로 상괭이 보호를 위한 해양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2004년 약 3만 6000~4만 마리로 추정되던 상괭이는 2016년 1만7000~2만 마리 수준으로 급감했다. 가장 큰 원인은 어업 과정에서 그물에 걸려 죽는 ‘혼획’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12~2022년 약 10년간 국내에서 연평균 1100여 마리 상괭이가 혼획으로 폐사했다. 해양쓰레기와 좌초 등도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괭이는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보호종으로 분류돼 있으며, 2016년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제21호)로 지정됐다. 상괭이를 허가 없이 채집하거나 유통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