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물고기... 멸종되면 사람마저 진짜 큰일 난다
2025-09-0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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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의 섬들을 섬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물고기의 정체

깊고 푸른 태평양 바다 속에서 화려한 색깔의 물고기들이 부지런히 산호를 갉아먹고 있다. 언뜻 보면 산호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실제로 열대 섬들이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물고기로 꼽히는 패럿피시의 이야기다.
패럿피시는 태평양에 사는 멸종위기 물고기다. 앵무새와 닮은 특징적인 이빨을 가진 물고기다. 이들의 융합된 치아는 앵무새 부리와 유사한 형태로, 산호와 바위에서 조류를 긁어내는 활동에 특화돼 있다. 건강한 성체 한 마리는 1년에 5톤이라는 엄청난 양의 산호를 섭취한다.
흥미로운 건 패럿피시가 산호의 천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류를 먹는 패럿피시는 다른 초식성 어류와 마찬가지로 산호와 경쟁하는 조류를 제거해 산호초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년간 패럿피시는 산호의 성장과 생존을 돕는 산호초 관리의 필수적인 도구로 여겨져왔다. 이들은 산호를 질식시킬 수 있는 조류와 남조류를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천천히 자라는 산호보다는 빠르게 자라는 산호를 선별적으로 먹어 어린 산호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등 오히려 산호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특정 패럿피시 종은 특정한 먹이 행동을 통해 산호초의 생물 다양성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패럿피시는 이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바로 산호초 섬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퇴적물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패럿피시 배설물이 산호초에서 생산되는 퇴적물의 무려 85%를 차지한다.
연구진으 패럿피시들이 외부 산호초 평지에서 매년 생산되는 새로운 모래급 퇴적물의 85% 이상을 생성한다고 밝혔다. 패럿피시는 먹이를 섭취하는 과정에서 산호를 갈아서 부수고, 소화 가능한 부분을 소화시킨 후 나머지를 모래 형태로 배설한다.
과학자들은 패럿피시의 배설물이 산호초에서 발견되는 산호 모래의 대부분에 기여하며 심지어 산호초 섬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패럿피시 한 마리는 매년 최대 90kg의 모래를 생산할 수 있다고 추정된다.
이 놀라운 사실은 몰디브 지역에서 수행된 연구를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패럿피시 퇴적물 생산은 지원되는 종 군집과 물고기 크기의 함수로서 산호초 서식지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연구 결과는 산호초 섬 시스템의 주요 퇴적물 공급원 역할을 하는 핵심 서식지와 종들을 식별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패럿피시의 모래 생산 능력은 지역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패럿피시가 있는 지역은 패럿피시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비슷한 지역보다 더 많은 모래를 생산한다. 이러한 퇴적물 생산률은 하와이와 같이 육상 투입물이 거의 없고 거의 모든 모래가 생물학적으로 만들어지는 지역에서 특히 중요하다.
하와이어로 우후라고 불리는 패럿피시는 너무 많은 퇴적물을 생성해서 오아후 섬의 하나우마 베이 같은 해변은 매년 수백 톤의 물고기가 만든 모래가 쌓이고 있다. 이는 패럿피시가 단순히 산호초 생태계의 일원이 아니라 열대 섬들의 형성과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바다의 건축가’임을 보여준다.
패럿피시는 건강한 산호초에서 흔히 발견되는 외부 생물학적 침식 요소로, 조류로 덮인 산호초 표면에서 먹이를 찾는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탄산칼슘을 제거하고 섭취하며 부산물로 퇴적물을 생산한다. 이 과정이야말로 태평양의 수많은 열대 섬이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즉 물고기가 섬을 만든다는 놀라운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패럿피시가 생산한 이 모래는 산호초 주변에 퇴적돼 새로운 육지를 형성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섬에 코코넛 열매가 상륙해 싹을 틔우고 수많은 생명체를 불러들인다. 패럿피시는 다양한 산호초 생태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매년 수백 파운드의 하얀 모래를 생산할 수 있다.
산호초 어류들은 산호초에서 수많은 중요한 기능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 중에서도 패럿피시 섭식의 부산물인 탄산염 퇴적물 생산은 산호초 골격 건설과 산호초 관련 지형 개발에 기여하는 특히 중요한 역할이다.
패럿피시의 이러한 역할은 기후변화와 해양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되는 현재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 수십 년간 어업으로 인한 패럿피시를 포함한 초식성 어류의 감소는 주요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패럿피시가 사라지면 단순히 한 종의 물고기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열대 섬들의 형성과 유지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결국 패럿피시는 태평양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존재다. 이들의 끊임없는 먹이활동과 배설을 통해 만들어지는 모래는 인간이 살아가는 열대 섬들의 토대가 되고, 무수한 생명체들의 서식지가 된다. 패럿피시야말로 바다가 육지를 만드는 신비로운 과정의 주역인 셈이자 지구의 생태계가 얼마나 정교하고 경이로운 시스템인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