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학습자 80만명, 여전히 제도 밖…국가 책임 회피에 교육 사각지대 확산
2025-09-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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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불균형·지원 단절로 ‘느린학습자’ 생존 위기
국회, 법 제정 논의 착수…“국가책임 명문화 시급”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느린학습자’로 불리는 경계선 지능 학생들이 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되며 교육권과 생존권 모두 위협받고 있다. 전체 인구의 약 12~14%에 달하는 이들이 수년째 공교육 체계에서 외면받는 현실은 한국 교육의 구조적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느린학습자는 IQ 71~84 수준으로, 특수교육 대상자 기준에도 들지 못해 일반 학급에 편입되지만 학업·정서·사회적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학교에서는 따돌림과 낙오를, 사회에선 취업·자립 실패를 반복하며 고립된다. 교육부, 복지부 등 각 부처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책은 파편화돼 있고 지역 간 인프라 격차까지 더해져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9월 2일, 국회에서 열린 ‘느린학습자의 교육여건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당사자와 학부모, 학계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실효성 있는 국가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이재경 한신대 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았고, 김수연 경인교대 교수와 나경은 중부대 교수가 느린학습자 조기 개입과 특수교육 연계 전략을 각각 제안했다. 특히,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 김태은 센터장과 현장의 학부모 및 대학생 당사자들의 생생한 증언은 느린학습자 현실의 위중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여야 의원 6명은 “국가는 오랫동안 이들을 외면했다”고 자성했고, 백승아 의원은 “느린학습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면, 충분히 본인의 잠재력을 발휘해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백승아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느린학습자 교육지원법’ 발의를 준비 중이며, 조기 진단과 맞춤형 지원체계를 국가 책임 아래 제도화할 계획이다.
이번 논의는 출발점일 뿐이다. 느린학습자는 단지 ‘느린 학생’이 아니다. 그들은 현재 공교육이 외면하고 있는 존재이며, 이들을 위한 정책은 단지 복지 차원이 아니라 교육권 보장의 문제다. 정책적 응답이 늦어진다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사회가 짊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