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거들떠도 안 봐서... 중국인들이 싹 쓸어가는 해산물

2025-09-0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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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사이에서 '고급 식재료'로 꼽히는 해산물

바닷물이 빠진 갯벌 위에서 끈적한 진흙을 헤치며 움직이는 작은 생명체가 있다. 언뜻 보면 달팽이 같지만 껍질이 대부분 사라진 채 몸을 질질 끌며 다니는 독특한 모습의 민챙이다. 한국의 갯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작은 연체동물이 최근 예상치 못한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상인들의 대량 구매로 갯벌에서 마구잡이로 포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챙이 / '헌터퐝' 유튜브
민챙이 / '헌터퐝' 유튜브

민챙이는 중국 동쪽 해안과 한국의 서해, 남해에서만 발견되는 바다 고둥이다. 퇴적물 섭식성 고둥류로 대부분의 고둥류와 달리 딱딱한 껍질이 뒤쪽에 조금 남아있고 나머지는 퇴화했다.

갯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생물 중 하나인 민챙이는 주로 간조시 활동하기 시작하며 밀물이 들어오면 갯벌 속으로 숨어든다. 이들의 생태적 역할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갯벌 표면의 유기물을 먹고 자라기에 갯벌 청소부 역할을 한다. 봄철 산란기가 되면 갯벌 위에 작은 알을 낳아서 물컹물컹한 알덩어리를 만든다. 민챙이는 이 알을 젤리 같은 끈에 매달아 진흙에 올려놓거나 해초에 달라붙게 한다.

민챙이 / '헌터퐝' 유튜브
민챙이 / '헌터퐝' 유튜브

한국에서 민챙이는 전통적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이용됐다. 된장찌개에 넣거나 튀김으로 만들어 먹는 경우가 있지만 일반적인 식재료는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민챙이는 갯벌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생소한 생물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상업적으로 중요한 연체동물이다.

중국에서 민챙이는 오랫동안 인기 있는 해산물로 여겨져 왔다. 중국인들은 민챙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해 먹는다. 가장 일반적인 조리법은 소금물에 삶아 먹거나 마늘과 생강 등의 양념과 함께 볶아 먹는 것이다. 또한 매콤한 소스에 무쳐 먹거나 국물 요리의 재료로도 사용한다. 특히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동부 지역에서는 고급 식재료로 취급받으며 레스토랑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

이러한 중국 내 수요 증가로 인해 한국 갯벌에서 민챙이 어획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인천 강화도와 영종도 해안가 일대에 중국 상인들이 몰려다니며 갯마을 주민들과 함께 민챙이를 대량으로 잡아들이고 있다. 중국 상인들은 1kg당 수천원씩을 어촌계에 지불하고 잡은 민챙이를 중국으로 보내고 있다. 어촌계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소득원이 생긴 셈. 문제는 어획 방식이다. 갯마을 어촌계 관계자들이 중국 상인들과 손을 잡고 갯벌 정화역할을 하는 민챙이를 싹쓸이하고 있어 해양생태계 파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챙이 / '헌터퐝' 유튜브
민챙이 / '헌터퐝' 유튜브

어부들은 썰물 때 갯벌에 나가 민챙이가 있는 곳을 찾으면 주변 진흙까지 모조리 파내어 체로 거른다. 이 과정에서 크기에 관계없이 모든 민챙이를 잡아들이고 있다.

이런 무분별한 어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챙이가 갯벌 생태계에서 하는 역할을 고려할 때 이들의 남획은 갯벌 전체의 건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정 구간 안에서 제한된 개체만을 잡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갯벌 생태계에서 민챙이의 역할은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갯벌 표면의 유기물과 썩은 물질을 먹어 치우면서 갯벌의 정화를 돕는다. 민챙이가 급격히 줄어든다면 갯벌의 자정 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다른 갯벌 생물들의 서식 환경도 악화할 수 있다.

유튜버 헌터퐝은 민챙이를 잡아서 먹는 먹방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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