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까지 국내 미기록종이었는데…숲에서 우르르 발견된 의외의 '생물'
2025-09-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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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부른 새로운 손님, 검은눈그물나비의 정착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검은눈그물나비가 한국 남부지역 대나무밭에 완전히 정착해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는 태풍을 따라 일시적으로 날아오는 미접 정도로 여겨졌던 이 나비가 이제는 한국의 생태계에서 자리를 잡고 지속적으로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다.

유튜브 채널 '다흑'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나비 전문가와 함께 진주 일대 대나무밭을 조사한 결과 검은눈그물나비들이 집단으로 서식하며 번식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오전 7시경 촬영된 현장에서는 수십 마리의 성충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과 함께 대나무 잎에 산란하는 암컷들도 관찰됐다.
검은눈그물나비는 네발나비과에 속하는 나비로, 날개에 눈알 모양의 무늬가 있어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물나비'라는 이름은 날개의 그물 모양 무늬에서 유래했으며, 동남아시아에서는 계절에 따라 건기형과 우기형으로 나뉜다. 한국에서는 월동형과 비월동형으로 구분되는데, 1년에 두 번 발생한다.


현장 조사에서는 대나무 잎이 광범위하게 갉아먹힌 흔적들이 발견됐다. 검은눈그물나비 유충들이 집단으로 서식하면서 대나무 잎을 식해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한 그루의 대나무가 거의 앙상해질 정도까지 잎이 사라진 경우도 확인됐다.
나비 전문가는 "원래 한국에서 대나무를 가해하는 곤충이 거의 없었는데, 이들의 정착으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다만 해충으로 분류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주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나비의 정착 성공 요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꼽힌다. 원래 따뜻한 지역을 선호하는 종인데, 대나무밭이 추위를 잘 막아주는 서식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왕사슴벌레 등 다른 온대성 곤충들도 대나무밭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검은눈그물나비는 주로 대나무밭 중앙부에서 월동하고, 번데기는 하단부에서 발견된다. 초여름과 늦여름 두 차례에 걸쳐 발생하는데, 이는 한국의 장마철과 비장마철 시기와 일치한다.
흥미로운 점은 충분한 서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개체들이 계속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같은 형제 중에서도 어떤 개체는 그 자리에 남고 어떤 개체는 여행을 떠나는데, 이런 메커니즘이 어떤 DNA에 의해 결정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나비 사육 전문가들은 이런 외래종 나비의 정착이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나비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다른 곤충보다 멸종 속도가 빠른 편인데, 역설적으로 일부 종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서식지를 확장하고 있다.
검은눈그물나비의 한국 정착은 생태계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앞으로 이들의 개체수 변화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영상을 시청한 네티즌들은 "너무 이쁘다. 전문가분 대단하네요", "예쁘다", "아이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비는 참 예쁜 것 같아" 등 다양한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