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밀면, 서울은 OO…지역마다 다른 해장 1위 메뉴
2025-09-07 17:36
add remove print link
세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해장 메뉴
술 마신 다음 날, 누구나 찾는 한 끼 ‘해장 음식’. 국밥, 라면처럼 익숙한 메뉴들이 떠오르지만, 지역마다, 세대마다 해장을 위한 선택은 제각각이다. 특히 지역 고유의 식문화와 최근 MZ세대의 이색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요즘 해장 음식 풍경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부산은 밀면, 서울은 피자?”라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 부산 사람의 해장 공식 “밀면 한 그릇이면 끝”
부산의 대표 해장 음식 하면 흔히 돼지국밥이 먼저 떠오르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밀면이 해장 메뉴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밀가루로 만든 면발에 얼음 띄운 시원한 육수, 살짝 매콤한 양념까지 더해져 숙취로 더부룩한 속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특히 더운 여름철이나 기름진 안주를 곁들인 다음 날이면, 땀 흘리며 먹는 밀면 한 그릇이 최고의 해장으로 꼽힌다.
현지에선 “밀면이 냉면보다 해장에 더 좋다”는 이야기도 있다. 돼지고기 육수를 기반으로 하는 깊은 맛, 새콤한 양념과 쫄깃한 면발 덕분에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밀면 전문점에서는 오전 시간대 해장 손님으로 붐비는 일이 드물지 않다.
■ 서울은 다양성의 도시… “평양냉면도, 해장피자도 해장이다”
서울의 해장 음식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전통적으로는 콩나물국밥이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으며, 얼큰한 국물로 속을 달래주는 짬뽕, 라면도 상위권이다.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한 설문조사에서 해장 음식 1위는 콩나물국(33%), 이어 짬뽕(31.9%), 라면(31.7%)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식 평양냉면을 해장 메뉴로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우래옥’ 같은 노포다. 담백하고 차가운 육수는 과음 후 메마른 속을 촉촉하게 풀어주며, 자극 없는 국물이 위장을 안정시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
여기에 MZ세대를 중심으로 떠오른 신흥 해장 음식도 있다. 바로 해장피자다. 술 마신 다음 날, 토마토소스와 치즈가 올라간 피자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SNS에서는 “뜨끈한 피자 한 조각이 숙취에 최고”, “콜라보다 탄산수+피자가 해장 조합”이라는 게시물이 적지 않다. 치즈의 단백질, 토마토의 라이코펜이 해장에 효과적이라는 의학적 근거도 일부 존재한다.
■ 전라도는 콩나물국, 제주도는 몸국… 지역 따라 달라지는 해장 문화
이외 지역에서도 고유의 해장 음식은 뚜렷하다.
전라도는 여전히 ‘콩나물국’이 강세다. 특히 국물에 고추기름을 살짝 띄우고 다진 마늘을 넣은 전주식 콩나물국밥은 숙취에 특화된 메뉴로 유명하다. 현지인들은 ‘밥 말아 한 그릇 뚝딱’이 기본 코스라 말한다.
제주도는 ‘몸국’이 대표적이다. 돼지고기와 모자반(몸)을 넣고 끓인 이 지역 특유의 음식은, 잔칫날 해장용으로도 오래전부터 애용되어 왔다. 걸쭉한 국물과 해조류의 향이 낯선 사람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제주도민들에겐 속 풀기 좋은 아침 식사로 통한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황태국, 경상도에선 선지국이나 소고기무국이 아침 해장 메뉴로 자주 등장한다.
■ “해장은 음식이 아니라 문화”… 세대와 지역이 빚어낸 ‘한 끼의 다양성’

해장 음식은 단순히 ‘속풀이 음식’을 넘어 세대, 지역, 식습관이 함께 만들어낸 독특한 식문화다.
한 세대 전만 해도 "해장은 설렁탕, 국밥"이 공식처럼 여겨졌지만, 요즘은 MZ세대가 주도하는 식문화 속에서 냉면, 피자, 밀키트 해장국, 해장 전용 음료 등까지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