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없이 물 끊었다…강릉 주민들 단수에 항의 빗발
2025-09-0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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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아파트 중심으로 제한 급수 시작
강원 강릉시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지난 6일부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제한 급수를 시작했다. 강릉의 주요 수자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2.6%(7일 오전 11시 기준)까지 떨어지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다. 오봉저수지는 강릉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핵심 저수지다.

시는 오봉저수지 물을 공급받는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내 아파트와 대형 숙박시설 등 124곳에서 제한 급수를 시행하고 있다. 각 아파트는 자체 저수조 상황에 맞춰 물을 절약해 사용해야 하고, 물이 바닥나면 급수차를 통해 2~3일 간격으로 보충받는다. 사용 시간대는 아파트별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일부 아파트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급수를 중단하고 있으며, 또 다른 곳은 물 공급 시간을 하루 두 차례로 제한하고 있다.
강릉의 제한 급수 조치는 아파트 단지마다 다르게 진행되면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몇몇 아파트는 사전 예고 없이 시간제 단수를 앞당겨 시행했고, 관리사무소는 메인 수도 밸브를 잠그거나 물 절약을 강하게 권고하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강릉 교동택지의 한 아파트는 “2일치 분량의 저수조 물을 4일에 걸쳐 사용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공지했다.
저수율 하락세를 막기 위해 급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는 헬기, 해군·해경 함정, 군부대 차량, 소방차 등을 총동원해 이날 하루에만 2만9793t의 물을 오봉저수지와 홍제정수장으로 보냈다. 군부대 차량 400대, 해군·해경 함정 2대, 육군 헬기 5대, 지자체와 민간 장비 45대가 오봉저수지 원수를 옮겼고, 홍제정수장 정수 공급에는 소방차 81대와 지자체 장비가 투입됐다.
시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밑으로 내려갈 경우 홍제정수장 급수 전 지역, 계량기 5만3485개를 대상으로 제한 급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1단계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물 사용을 제한하는 시간제 방식이며, 2단계는 격일제로 공급을 줄이는 방식이다. 아울러 생수 공급도 병행해 주문진읍, 왕산면, 연곡면을 제외한 전 시민에게 1인당 12L씩 병물을 나눠주고 있다.
강원소방본부는 소방청에 2차 국가소방동원령 발령을 요청했다. 소방청은 8일부터 전국 9개 시도의 대용량 물탱크차 20대를 추가 투입하고, 긴급 정비지원단을 현장에 배치해 급수 지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강릉 운양초등학교 6학년 학생 15명은 지난 4일 대통령실에 가뭄 사태 해결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학생들은 급식과 정수기를 사용할 수 없는 불편, 무거운 생수 배달 문제, 자영업 부모들의 어려움 등을 언급하며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