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KTX 고장 징후, AI가 먼저 잡는다
2025-09-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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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상태기반 유지보수’ 본격 도입… 佛 역수출 수준 기술력으로 ‘안전 大업그레이드’

앞으로 인공지능(AI)이 달리는 KTX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해 고장 징후를 사전에 포착한다. 부품의 수명을 예측해 최적의 시점에 정비함으로써 운행 안전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태기반 유지보수(CBM·Condition Based Maintenance)’ 시스템을 KTX에 본격 도입한다고 7일 밝혔다. CBM은 열차 운행 중 주요 장치에 부착된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고장을 예측하는 첨단 정비 시스템이다.
코레일은 우선 새로 도입하는 고속열차(EMU-260)의 주변압기, 차축베어링 등 핵심 장치 15종에 CBM을 적용한다. 현재 4대가 시범 운행 중이며, 내년 3월까지 10대에 추가로 탑재할 예정이다. 앞서 수도권 전철과 일반열차(EMU-150)에 도입한 데 이어 고속열차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면서, 모든 종류의 열차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체계를 완성하게 됐다.
코레일의 이러한 기술적 도약은 KTX 도입 초기와 비교하면 괄목상대할 만하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프랑스국영철도(SNCF)의 도움을 받아 유지보수를 진행했지만, 이제는 독자적인 기술 자립을 이뤄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KTX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자제어카드(PCB) 재설계 성공이다. 제작사가 보안을 이유로 제공하지 않은 도면을 코레일 연구팀이 자체 기술력으로 완성해낸 것이다. 현재는 SNCF가 오히려 코레일에 PCB 검증을 의뢰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코레일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KTX 정비기지인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 ‘디지털 랩(Digital Lab)’을 구축할 계획이다. AI 알고리즘 개발과 데이터 분석을 전담해 차량 안전 및 정비 체계를 더욱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정정래 코레일 사장직무대행은 “코레일이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고속철도 유지보수 기술력에 AI 등 디지털 기술을 더해 철도 안전을 더욱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