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들판에 널렸는데…이젠 귀한 몸 된 천연 자양강장제 '한국 과일'
2025-09-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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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판에 보랏빛 열매 열려
예전에는 가을만 되면 산과 들판에 보랏빛 열매가 지천으로 열렸다. 아이들은 산길을 오르며 그 열매를 따 먹고 손에 물을 들였고, 어른들은 술로 담가두며 가을의 풍미를 즐겼다.

알이 작고 씨가 많아 먹기에는 불편했지만,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워 자연이 준 간식으로 사랑받았다. 지금은 돈을 주고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 이 열매의 정체는 바로 ‘머루’다.
◆ 자연이 준 보약 같은 과일
머루는 단순한 야생 열매를 넘어 약효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는 갈증 해소와 해독에 좋다고 기록돼 있으며, 민간에서는 숙취 해소와 위장 보호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현대 연구에서도 머루에는 다양한 영양 성분이 밝혀졌다. 특히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건강에 이로운 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 머루의 효능

머루에는 일반 포도보다 2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 높은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다. 폴리페놀, 레스베라트롤, 안토시아닌과 같은 성분은 세포 노화를 늦추고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혈액 속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추며 혈관을 확장해주는 작용도 있어,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소화를 돕기 때문에 변비 해소에도 좋다.
머루에 함유된 비타민 C는 면역력을 강화하고 피부 노화를 늦추는 데 기여하며, 비타민 A와 안토시아닌은 눈 건강과 시력 보호에 도움을 준다. 칼슘과 미네랄은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골다공증 예방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머루는 작지만 풍부한 영양 덩어리로, 예로부터 ‘자연이 준 보약’으로 불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머루가 만들어낸 전통의 맛
머루는 생으로 먹는 것보다 가공해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머루주다. 잘 익은 머루를 술독에 담아 발효시키면 선홍빛을 띠는 술이 되는데, 달콤함과 신맛이 어우러진 풍미가 일품이었다. 집집마다 보양주로 담아 손님 접대에 내놓았고, 겨울철 건강주로도 즐겼다. 또한 껍질과 씨를 으깨 잼을 만들기도 했는데, 빵이나 떡에 발라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을 냈다.
◆ 이제는 귀한 몸이 된 이유

머루가 점차 귀해진 이유는 분명하다. 산림 환경과 기후 변화로 머루 덩굴이 줄어들었고, 알이 작고 씨가 많아 상품화하기 어렵다. 대량 재배나 유통이 힘들어 농가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도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은 전북 무주군, 강원 영월군 등 일부 지역에서 열리는 머루 축제나 특산품으로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