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서 탄생한 한 끼인데...이제는 MZ세대가 열광한다는 '한국 음식'
2025-09-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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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한국 전쟁 뒤 태어난 음식
겨울밤, 뜨끈한 국물에 햄과 소시지가 듬뿍 들어간 얼큰한 찌개는 누구라도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밥 한 공기, 라면사리까지 말아 먹으면 속이 든든하고 마음까지 풀린다. 지금은 당연한 듯 즐기는 이 음식이 사실은 전쟁의 상처 속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1950년 한국전쟁이 끝난 뒤, 전국은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렸다. 쌀은 부족했고, 단백질은 더욱 귀했다. 그 무렵 미군 부대 주변에는 햄, 소시지, 통조림 고기 같은 낯선 재료들이 흘러나왔다. 한국인에게는 생소했지만 귀중한 단백질 자원이었다. 누군가는 그 재료를 김치와 고춧가루, 고추장을 넣은 국물에 끓여냈고, 그렇게 태어난 음식이 훗날 ‘부대찌개’라 불리게 됐다.
처음에는 말 그대로 ‘부대 근처에서 먹는 찌개’라는 의미였다. 미군 잔반과 한국의 매운 양념이 결합해 독특한 맛을 냈고, 당시 사람들은 이 음식이 가난과 전쟁의 산물임을 알면서도 국물 한 숟가락에 허기를 달랬다. 절망의 시대에 잠시나마 위안을 주던 국물 한 그릇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부대찌개는 단순한 생존 음식에서 벗어나 서민들의 별미로 자리잡았다. 1970년대 이후 전문 식당이 생겨나고, 의정부 부대찌개는 지역 명물로 성장했다. 라면사리, 치즈, 떡을 더하는 방식이 정착하며 다양한 변주가 나타났고,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한국인의 국민 메뉴가 됐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부대찌개를 맛보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햄과 소시지, 라면, 김치가 한데 섞인 얼큰한 국물을 앞에 두고 “이런 조합은 본 적이 없다”라며 감탄하는 이들이 많다. 미국이나 유럽 출신 방문객들은 익숙한 햄과 소시지가 한국식 양념과 만나 전혀 다른 풍미를 내는 점에 놀라고,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은 얼큰한 국물에 밥과 라면을 함께 먹는 방식에 호기심을 보인다.

일부는 “이 음식 하나만으로 한국을 다시 찾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외국인 여행 리뷰 사이트에는 “한국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평가가 자주 올라온다.
오늘날 부대찌개는 단순한 한 끼를 넘어선다. 전쟁의 참혹한 흔적 속에서 태어난 음식이지만, 세대를 거치며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