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다, 3년째” 출하 직전 폭우 덮쳐 싹 침수된 '추석 선물용 과일'

2025-09-0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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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부터 출하될 예정이었으나 폭우 덮쳐 농가 절망

지난 주말 전북에 내린 폭우로 추석 성수기를 노리고 수확을 코앞에 둔 농가들이 침수 피해를 봤다. 그중에서도 수도작 농가에 비해 시설하우스 농가들이 극심한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폭우가 덮친 비닐하우스, 썩어가는 멜론 / 연합뉴스
폭우가 덮친 비닐하우스, 썩어가는 멜론 / 연합뉴스

지난 6~7일 밤사이 내린 폭우로 전북 지역에서 축구장 2500개 크기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전북농협본부에 따르면 200년 만의 역대급 강수량을 기록한 군산을 포함해 9개 시군에서 농경지 4291여ha가 물에 잠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그중 수도작 농가보다 시설하우스 농가의 피해가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산의 한 농협 관계자는 "평야 전반적으로 물에 잠겼지만 물이 빠지자마자 바로 회복됐다"라며 "논콩도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아 큰 피해는 없을 것 같다"라고 지난 8일 농민신문에 밝혔다.

문제는 추석선물세트에 들어가는 멜론 농가다. 매체에 따르면 멜론 시설하우스가 밀집한 익산 동산동에선 한 농가를 제외한 13 농가가 모두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익산원예농협 관계자는 "멜론은 추석선물세트용으로 9월 중순부터 출하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침수돼 농가들이 절망하고 있다"라며 "추석 대목장 물량으로 맞추기도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날 KBS에 따르면 한 멜론 농가의 농민은 양수기를 5대나 틀었지만 폭우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농민은 이번 폭우로 올해까지 세 해 연속 물난리로 농사를 망쳤다.

그는 "물에 잠긴 거다. 그래서 (멜론을) 눌러보면 물렁물렁하다"라며 "3년째다, 3년째. 답답하다, 속이"라며 가슴을 주먹으로 치기도 했다.

감자·상추 농가도 마찬가지…"올해는 무탈하게 지나가나 했더니"

감자와 상추 농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농민신문에 따르면 소득 작물로 겨울 감자를 재배하는 완주 삼례 지역은 지난주 정식을 마쳤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폭우가 쏟아지며 재정식을 하게 생겼다. 수소문해 감자 종자를 구했지만 종잣값이 이전보다 1.5배 이상 올라 농가 부담이 커졌다.

삼례농협에 따르면 공선회 50여 농가 중 26 농가가 침수 피해를 봤다. 땅이 마른 뒤에야 밭을 엎고 다시 종자를 심을 수 있는 까닭에 시기상 이중 하우스 농가만 겨울 감자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단중 하우스 농가는 대체 작물인 쪽파를 심거나 1월까지 휴경해야 한다.

3년째 수해를 당한 상추 농가의 피해는 더 크다. 익산 망성면 상추 농가들은 지난해에도 수해를 당해 큰 손실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농가는 "올해는 무탈하게 지나가나 했더니 또 수해를 당하니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 지친다"라며 "사람이 어쩔 도리가 없는 폭우가 매년 이어지니 이제 뭘 믿고 농사지어야 하나 막막하다"라고 털어놨다.

밤사이 시간당 15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린 7일 오전, 물에 잠겼던 전북 군산시 나운동의 한 마트 바닥이 흙탕물로 지저분하다. / 연합뉴스
밤사이 시간당 15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린 7일 오전, 물에 잠겼던 전북 군산시 나운동의 한 마트 바닥이 흙탕물로 지저분하다. / 연합뉴스

종일 흙탕물 퍼내느라 휴업…상가와 주택 170여 동 침수

물 폭탄을 맞은 도심의 상가들도 대부분이 휴업에 들어갔다. 가게 내부뿐만 아니라 집기와 각종 기계 등까지 침수됐기 때문이다. 종일 닦고 말리지만, 추후 복구 비용이 문제다. 가게 주인들은 다른 것보다 금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북도는 군산과 전주 등에서 상가와 주택 170여 동이 침수된 것으로 집계하고 추가 신고 여부에 따라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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