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인 300여명 체포] 한국인들, 미국 정부에 폭발

2025-09-0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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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6명 “지나친 조치”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 구금시설 앞에서 관계사 직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 구금시설 앞에서 관계사 직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 10명 중 6명이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한국인 구금 사태로 인해 미국 정부에 실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9일 나왔다.

리얼미터는 지난 8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8명을 대상으로 '미국의 이민자 단속 관련 조치'를 물은 결과 59.2%가 '지나친 조치로 미국 정부에 실망했다'고 답했다고 9일 발표했다.

30.7%는 '불가피한 조치로 미국 정부를 이해한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고 한 응답자는 10.2%였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층과 중도층에서 '실망했다'는 응답이 각각 73.7%, 65.4%를 기록한 반면 보수층은 53.9%가 '이해한다'고 답해 차이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40대 이상은 과반이 '실망했다'고 했으며, 20·30대에서 이같이 답한 사람은 45% 안팎이었다.

이번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는 ±4.3%포인트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지난 4일 발생한 이번 사태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인 'HL-GA 배터리' 건설 현장을 대규모로 급습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단속에서는 총 475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한국인이 300여 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미 당국은 이번 단속에 400명이 넘는 요원을 동원했다고 발표했다. 국토안보부의 스티븐 슈랭크 HSI 조지아·앨라배마 지역 담당 특별수사관은 "이번 단속은 국토안보부가 단일 현장에서 진행한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밝혔다.

ICE는 "체포된 이들 중 많은 수는 방문 비자를 부정하게 사용하고 있었다"며 "비자 조건을 어겨 불법으로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체포돼 구금된 인원의 대부분이 하청업체 직원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본사에 직접 고용된 인원은 체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ICE는 단속 당시의 현장 영상을 공개했는데, 영상에는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근로자들이 손과 발이 쇠사슬로 결박된 채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공개된 2분 34초 분량의 영상에는 군용 차량과 다수의 차량, 헬리콥터가 현장으로 진입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버스 대기선 앞에 줄지어 선 근로자들의 모습이 담겼다.

체포된 한국인들 중에는 단기 출장으로 현장 지원에 나선 인력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태로 인해 해당 공장 건설은 전면 중단됐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일단 직원들이 무사 귀국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현재 구금된 한국인 직원들의 집단 귀국을 추진하고 있다. 구금된 한국인을 태울 전세기가 이르면 오는 10일 현지로 출발한다. 석방된 한국인들은 조지아주 남부 포크스톤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서 차로 약 4시간 30분 떨어진 애틀랜타 공항으로 이동한 뒤 전세기에 탑승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태로 인해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의 완공과 가동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지아주 경제에도 직격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하러 가신 분들이 쇠사슬에 묶여 구금당한 사태가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정부는 국민이 느낀 공분을 그대로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정부는 한 명도 빠짐없이 추방이 아닌 자진 입국으로 모시고 올 수 있도록 막바지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교적으로 가장 강한 톤으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외교적인 용어가 아닌 '강력한 항의'를 했다"며 "그런 방식으로 총력 대응하고 있고, 다행히 백악관에서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금된 한국인들의 귀국 일정과 관련해서는 "전세기가 내일 출발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 한국인들이 구금된 곳이 애틀랜타 공장에서 먼 곳에 있어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데, 관련 절차를 두고도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버스로 모시고 올 때 현지 법 집행 기관이 고집하는 방식이 있다. 손에 뭘 어떻게 하고, 구금을 하는 등"이라며 "절대 그런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까지 하나하나 마지막 행정절차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이틀 내에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향후 비자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10년 이상 정부와 기업체가 총력을 다해 입법 노력을 하고 있는데 (미국 의회에서) 10년 전보다 발의 의원들이 점점 줄고 있다"며 "그만큼 미국의 반이민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다행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말한 것을 보면 이 상황을 아주 상세하고 정확히 이해하고 계신다"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가 제대로 될 리가 없지 않느냐. 미국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 삼아 제도 개선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우리 대통령실과 백악관에서 필요하면 워킹그룹을 만들든지 해서 단기 해법을 찾아야 하고, 장기적으로 입법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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