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포기했는데…'죽음의 호수'였던 시화호에서 발견된다는 멸종위기 1급 '동물'

2025-09-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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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노력으로 되살아난 기적

한때 '죽음의 호수'라 불리며 생태계가 파괴됐던 인공 호수 시화호에 멸종 위기 야생생물 1급 동물의 방문 개체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낮잠 청하려는 고니 / 뉴스1
낮잠 청하려는 고니 / 뉴스1

그 동물의 정체는 바로 고니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희귀 조류

고니는 총 3종(고니, 큰고니, 혹고니)이 있으며 이들은 월동을 위해 겨울철 한국을 찾는 철새다. 고니는 보통 10월 말부터 시베리아나 몽골 같은 북쪽 지역에서 번식을 마친 뒤,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아와 이듬해 3월쯤 다시 번식지로 돌아간다.

고니는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예민한 새다. 주로 물속 뿌리나 잎, 조개류 등을 먹고 사는데 오염된 환경에서는 먹이를 찾을 수 없어 살 수 없다.

고니 '하암 졸려' / 뉴스1
고니 '하암 졸려' / 뉴스1

죽음의 호수를 살린 비결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시화호는 한때 고니를 자주 발견할 수 있는 주요 서식지였다. 하지만 과거 산업화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오염이 극심해져 고니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시화호 방조제 건설 이후에는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돼 대다수가 복원에 포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시화호를 방문하는 고니의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가장 큰 배경에는 바로 연안오염총량관리제가 있다.

이 제도는 바다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특정 해역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총량을 정해놓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공장이나 도시 등에서 오염물질을 무분별하게 배출하는 것을 막고, 오염원의 양을 체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는 마산만, 시화호, 부산연안, 울산연안 등 4개 해역에서 시행 중이다.

고니 '나도 같이 가' / 뉴스1
고니 '나도 같이 가' / 뉴스1

덕분에 멸종위기 1급 동물들 다시 출현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연안오염총량관리제 시행 이후 해당 지역의 수질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사라졌던 작은 물고기나 패류 등 해양 생물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시화호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고니를 포함해 저어새가 관찰됐다. 마산만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붉은발 말똥게와 기수갈고둥의 서식이 확인됐다.

연안오염총량관리제를 통해 먹이사슬의 기반이 되는 생태계가 복원되면서, 고니가 겨울을 안전하게 보내고 먹이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이를 기념하고자 해양수산부는 오는 10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연안오염총량관리제 도입 20주년 기념행사'도 개최한다.

오행록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관은 “한 번 오염된 바다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오염을 통해 얻은 경제적 가치보다 훨씬 큰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앞으로도 민·관·산·학의 지속적인 참여와 협력을 통해 해양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친환경 호수 '시화호' / 연합뉴스
이제는 친환경 호수 '시화호' / 연합뉴스

시화호가 특별한 이유

고니는 시화호 외에도 주남저수지, 천수만 등 전국 여러 지역에서 겨울을 보내는 겨울 철새다. 이 지역들은 오랫동안 철새들의 안식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시화호는 상황이 다르다. 과거 오염의 대명사였던 곳이 인간의 노력으로 되살아나 희귀한 생명체를 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이번 겨울에도 시화호를 찾은 고니들은 환경 정책이 가져다준 작은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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