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경계망 뚫렸다... 중국인 6명 고무보트 타고 밀입국 파장

2025-09-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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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 중 5명 이미 지역 곳곳으로 숨어든 듯

제주 서쪽 해안에서 중국인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 연합뉴스
제주 서쪽 해안에서 중국인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 연합뉴스
제주 서쪽 해안에서 중국인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안 경계가 무력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군과 해경, 경찰이 철통같은 경계를 내세워왔지만 실제로는 고무보트 한 척이 그대로 들어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경계 체계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제주서부경찰서가 전날 오후 6시 30분쯤 서귀포시의 한 모텔에서 40대 중국인 A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중국 장쑤성 난퉁시에서 출발해 90마력 엔진을 단 고무보트를 타고 8일 새벽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직선거리로 460㎞에 이르는 바다를 보트 한 척으로 건넌 셈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을 포함해 모두 6명이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했다”고 진술했다. 모두 남성이었고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자 수백만 원을 중국인 브로커에게 지불한 뒤 돈을 벌기 위해 밀입국을 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는 과거에도 불법체류 전력이 있었다. 2017년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도한 뒤 불법 체류하다가 지난 1월 자진 신고 후 추방됐던 인물이다. 정식 절차로는 한국에 다시 입국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밀입국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 서쪽 해안에서 중국인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 연합뉴스
제주 서쪽 해안에서 중국인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은 A씨를 체포할 당시 객실에 함께 있던 50대 여성도 현행범으로 붙잡았다. 해당 여성은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으며, A씨는 과거 제주에서 알던 여자친구라며 중국의 메신저인 위챗을 통해 다시 연락했다고 진술했다.

문제는 나머지 5명이다. A씨의 진술에 따르면 함께 제주에 도착한 중국인들은 상륙 직후 곧바로 흩어졌다. 경찰과 해경은 이들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지만 이미 지역 곳곳으로 숨어든 상태라 단속이 쉽지 않다.

이번 사건의 시발점은 주민 신고였다. 전날 오전 7시 56분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장 인근에서 ‘정체불명의 고무보트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은 엔진이 설치된 보트를 발견했고, 안에는 유류통 12개, 구명조끼 6벌, 중국어가 적힌 빵을 비롯한 비상식량, 낚싯대 등이 있었다. 위성항법장치까지 설치돼 있어 장거리 항해를 치밀하게 준비했음을 보여줬다.

이날 세계일보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단순 밀입국을 넘어 한국의 해안 경계 실태에 심각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제주 해안선 경계와 순찰은 제주경찰청 해안경비단이 맡고 있다. 그러나 2023년 의무경찰 제도 폐지 이후 도 전역에 있던 해안경계초소는 대부분 사라졌다. 대신 열영상감시장비(TOD) 등 과학 장비를 갖춘 지능형 감시 시스템이 설치돼 있지만, 실제로는 제주시 용담, 한림읍 금릉, 구좌읍 행원,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 항망대·토평, 표선면 하천 등 6곳에만 운영 중이다. 이곳에도 각각 8~10명 정도가 근무하는 데 불과하다.

특히 이번에 밀입국 경로로 이용된 한경면 일대에는 초소가 전혀 없었다. A씨 일행은 야간에 해무가 짙게 낀 틈을 타 위성항법장치로 위치를 확인하며 그대로 상륙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해안 경계망이 완전히 뚫린 것이다.

제주 해안은 지리적 특성상 밀입국이나 적의 침투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사례처럼 실제로 고무보트가 아무 제지 없이 460㎞를 건너와 상륙하는 모습이 드러난 건 경계 체계가 속수무책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 사례는 지난 3월 인천에서도 발생했다. 당시 중국 산둥성 룽청시에서 출발한 중국인 남녀가 30마력 엔진을 단 고무보트를 타고 20시간 동안 234㎞를 항해해 인천 옹진군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다가 적발됐다. 한국 해안 경계가 고무보트 같은 단순한 수단에도 무력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외국인의 불법 입국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될 수도 있는 사안이란 점에서 파장이 크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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