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부터 다르다…올해 단 300톤만 풀린다는 신품종 ‘국민 과일’ 정체

2025-09-10 10:23

add remove print link

일반적인 갈색이 아닌 연한 초록빛 띠는 고급 과일

추석을 앞두고 충남 아산 지역 과수원에서 특별한 수확이 한창이다. 껍질부터 일반적인 갈색이 아닌 연한 초록빛을 띠는 이 과일은 올해 전국 생산량이 300톤에 불과해 희소성이 높다.

그린시스를 수확 중인 모습 / 아산시 농업기술센터 제공
그린시스를 수확 중인 모습 / 아산시 농업기술센터 제공

이 과일의 정체는 바로 국내에서 개발된 신품종 배 '그린시스'다. 농촌진흥청이 동양배 '황금배'와 서양배 '바틀렛'을 교배해 2012년 육성한 품종으로 국민 과일 '배'의 초록빛 변신으로 관심을 모았다.

아산시에서는 현재 23개 농가가 17헥타르 규모로 그린시스를 키우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수확을 시작한 농가들은 추석 시장을 겨냥해 출하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시는 7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재배면적을 점진적으로 늘려왔으며, 올해 생산량은 300톤 가량으로 예상된다.

그린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뛰어난 병충해 저항성이다. 배 농가들을 괴롭히는 검은별무늬병 감염률이 3.3%에 그쳐 기존 주력 품종인 '신고'보다 저항성이 20배나 강하다. 이로 인해 농약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친환경 재배가 가능하고 방제비용도 절감된다.

한국에서 육성한 신품종 배 그린시스 / 충청남도농업기술원
한국에서 육성한 신품종 배 그린시스 / 충청남도농업기술원

맛과 품질 면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인다. 평균 당도가 12.3브릭스 이상으로 높고, 과즙이 풍부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개당 460g 정도의 중간 크기로 1인 가구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또한 석세포(배의 과육에서 발견되는 돌처럼 단단한 세포)가 거의 없어 부드러운 과육을 가지고 있으며, 상온과 저온에서 모두 저장성이 우수하다.

수확 시기도 기존 품종보다 약 20일 빠른 9월 하순으로, 시장 조기 출하가 가능해 농가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된다. 이는 추석 성수기를 겨냥한 출하 전략에도 유리한 조건이다.

아산시 초록배 '그린시스' 재배농가들이 수확 중인 모습 / 아산시 농업기술센터 제공
아산시 초록배 '그린시스' 재배농가들이 수확 중인 모습 / 아산시 농업기술센터 제공

시장에서 그린시스는 고급 과일로 취급된다. 2022년 기준 도매시장 경매가는 1kg당 6000~1만원대로 형성되어 신고배보다 5배가량 비싸게 거래됐다. 2025년 기준 온라인 소매가격은 kg당 1만 2500~1만 6000원 수준으로, 신고배의 1500~4600원과 비교하면 상당한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전국 신고배 출하량이 올해 20만 7000톤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린시스의 300톤은 극히 제한적인 물량이다. 현재 주로 백화점 등 고급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독특한 색깔과 맛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미용 아산시 농업기술과장은 "그린시스는 당도와 저장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외관도 깨끗해 고급 과일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매우 높다"며 "앞으로 재배 면적을 확대하고, 생산 농가에 대한 기술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남도 농업기술원 강경진 연구사는 "그린시스 품종 보급 확대로 단일 품종에 집중된 배 생산 체계를 다양화하고 소비 확대를 이끌겠다"며 "신품종 보급 시 발생하는 생산 현장 및 유통 과정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목기에 접어든 그린시스 과수원이 늘어나면서 향후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농가들은 지역 기후에 맞는 재배기술을 축적해가며 품질 향상에도 힘쓰고 있어, 국내 배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