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인데… 대한민국 최초 도심형 국립공원 승격 앞둔 '가을 명산'
2025-09-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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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승격, 연내 확정 전망
부산 금정산이 국립공원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계절 내내 탐방객이 오르는 금정산은 부산 도심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깊은 숲과 계곡, 바위 능선을 품은 대표적인 명산이다.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곧바로 산길로 이어지는 독특한 입지는 시민들에게는 일상 속 가까운 쉼터가 되고, 외지인들에게는 대도시 한가운데서 만나는 특별한 자연 경험으로 다가온다. 천년 고찰 범어사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금정산성이 자리한 이 산은 자연과 역사, 문화를 함께 간직해왔고, 그만큼 국립공원 승격에 대한 기대와 여론도 오래전부터 쌓여왔다. 특히 이번 지정이 현실화되면 금정산은 대한민국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돼, 도심과 맞닿은 자연 공간을 국가가 직접 보전하는 상징적인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 국립공원 승격 눈앞에 선 금정산
부산시는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및 공원계획 결정안’이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원안 의결로 통과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심의는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핵심 단계 가운데 하나다. 도시계획 차원에서 공원구역을 어떻게 설정할지, 또 용도지구를 어떻게 나눌지, 자연을 지키면서도 탐방객이 이용할 수 있는 균형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주요 검토 대상이었다. 금정산은 이미 지난달 산림청 중앙산지관리위원회 심의를 통과했고, 이번 국토부 심의까지 무난히 넘어가면서 사실상 마지막 절차만을 남겨두게 됐다. 오는 10월 열리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최종 심의가 확정되면 금정산은 국립공원으로 승격되고, 연말까지 지정 고시와 후속 행정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명산 금정산은 낙동정맥을 따라 자리 잡은 국가 주요 생태 축이다. 울창한 숲과 빼어난 자연경관, 천년 고찰 범어사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금정산성까지 품고 있어 자연과 역사·문화 자원이 고르게 어우러져 있다. 이런 조건은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타당성을 충분히 보여준다. 실제로 국립공원 승격 논의는 2005년부터 시민 사이에서 제기됐고, 여러 차례 타당성 검토와 행정 절차를 거쳐 2019년 6월 부산시가 환경부에 공식 건의하면서 본격적인 추진 동력이 붙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번 심의 결과를 시민들의 성과로 평가하며 금정산을 대한민국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은 부산 시민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숙원 사업이다. 도심과 맞닿아 있는 자연 공간을 국가가 직접 보전하고 관리하는 사례가 되는 만큼, 앞으로는 금정산이 도심형 국립공원의 모델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 국립공원 달라지는 점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가장 먼저 관리 주체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가 나눠서 관리하던 체계를 벗어나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직접 운영에 나선다. 전문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면서 산불, 안전사고, 재난 대응 같은 분야가 한층 체계화되고 훼손된 구간에 대한 복원도 국가 차원에서 추진된다.
보전과 복원은 국립공원 지정의 핵심이다. 탐방로와 계곡, 숲이 무분별하게 훼손된 구간은 정비·복원 사업이 본격화되고,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동식물 복원 사업도 시작된다. 범어사, 금정산성처럼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지닌 유산 역시 국립공원 차원의 관리·정비 대상이 된다.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명산이라는 정체성을 국가가 직접 보증하는 셈이다.
탐방객을 위한 환경도 크게 달라진다. 노후한 시설은 교체되고, 무장애 탐방로와 생태공원, 자연학습장 같은 체험 인프라가 새롭게 조성된다. 탐방 안내 시스템이 정비되고 안전시설이 확충되면서 방문객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산을 즐길 수 있다. 단순히 등산을 넘어 체험과 학습, 휴식을 함께 누리는 공간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와의 연계 효과도 주목된다. 국립공원 승격은 체류형 관광객을 늘리고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탐방객 증가와 함께 주민 일자리 창출, 친환경 교통 인프라 도입, 지역 협력사업이 확대되면서 산과 마을이 함께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도심 속 국립공원’이라는 상징성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자산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변화가 뒤따르는 만큼 일부 사유지는 건축이나 개발이 제한될 수 있다. 생활에 불편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은 불가피하지만, 보완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국립공원의 운영은 보전과 이용을 균형 있게 이어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도심과 자연을 함께 품은 금정산
금정산은 부산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낙동정맥의 한 축을 이루며 도심과 맞닿아 있다. 울창한 숲과 계곡,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성길은 사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범어사와 금정산성 같은 문화유산은 산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산세가 웅장하면서도 도심과 가까워 시민들에게는 일상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휴식처가 되고, 외지인들에게는 부산을 상징하는 명산으로 기억된다.
특히 금정산의 야경은 이곳을 찾는 이들이 손꼽는 매력이다. 고당봉에 오르면 부산 도심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광안대교와 해운대 불빛이 이어지며 바다 위 도시가 빚어내는 독특한 장관이 펼쳐진다. 북문과 동문, 범어사 뒤편 능선 등에서도 도심의 불빛이 숲과 어우러져 고즈넉하면서도 화려한 풍경을 만들어내며, 도심 속 국립공원으로서 금정산이 가진 특별한 매력을 한껏 드러낸다.
부산 시민들은 이곳에서 등산과 산책, 휴식을 함께 즐기며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경험을 하고, 방문객들은 부산의 정체성과 매력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국립공원 승격은 이러한 금정산의 가치를 더욱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기회로, 앞으로는 ‘낮에는 자연과 역사, 밤에는 도시의 불빛’을 품은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