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g에 무려 10만원... 보면 일단 캐고 봐야 한다는 '한국 나물'
2025-09-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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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우울증 치료제’ ‘천연 항생제’로 불리는 나물이자 약초

여름이면 한국의 산기슭과 양지바른 풀밭을 노랗게 물들이는 꽃이 있다. 마치 선풍기 날개처럼 비틀린 5장의 꽃잎이 바람개비를 연상시키는 물레나물이 그것이다. 세례 요한의 기념일인 6월 24일 무렵 꽃을 피우기 시작해 '성 요한 풀'로 불리는 이 식물은 수천 년간 인류의 병을 치료해온 천연 약초다.
물레나물은 물레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햇빛이 드는 산지의 숲 가장자리나 풀밭에서 자란다. 높이는 50~120cm에 달한다. 줄기는 곧추서고 네모진 형태를 띤다. 잎은 마주나며 피침형으로 길이 5~10cm, 폭 1~3cm다. 잎끝은 뾰족하고 밑부분은 심장 모양으로 줄기를 감싼다.
6~8월에 줄기와 가지 끝의 취산꽃차례에 노란 꽃이 핀다. 꽃의 지름은 4~6cm로 비교적 크다. 꽃받침은 5장이며 길이가 1cm 정도다. 꽃잎은 낫 모양의 넓은 난형으로 길이 2.5~3.0cm다. 수술은 많으며 보통 5개의 뭉치를 이룬다. 암술대는 가운데 부분까지 5갈래로 갈라진다. 열매는 삭과이며 난형으로 길이 12~18mm다.
한국 전역에 분포한다. 중국, 베트남, 일본, 몽골, 러시아, 북아메리카 동부 등에서도 발견된다. 고추나물에 비해 수술이 5개 뭉치를 이루고 암술대가 5개이며 꽃이 더 크다는 특징이 있다.
물레나물의 뛰어난 약용 효과는 함유된 특별한 성분에서 비롯된다. 꽃과 잎을 햇빛에 비추면 기름샘이 많이 분포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정유 속에 히페리신(hypericin)과 히페리포린(hyperiforin)이라는 핵심 성분이 들어있다.
히페리포린은 항우울 효능과 관련이 있다. 이 성분들은 뇌에서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억제하고 신경 전달 물질을 활성화한다.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분비를 억제해 복합적으로 우울 증상을 개선한다.
물레나물에는 서양종인 '성 요한 풀'과 동일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고 효능도 같다는 것이 검증돼 한국에서도 우울증 예방과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았다. 2008년 발간된 ‘건강기능식품>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히페리신은 꽃과 잎에 들어있는 색소로 강한 홍색 형광을 나타낸다. 항균작용과 광독성작용(光毒性作用)을 갖고 있다. 광독성작용이란 광감작작용이라고도 하는데, 보통 때는 아무런 작용이 없던 물질이 태양광선을 받게 되면 생체 활성을 갖는 물질로 변해 인체에 독성을 나타내게 하는 작용을 뜻한다.
여러 가지 염증성 질환에 탁월한 치료 효과가 있어서 축농증, 편도선염, 중이염, 급만성 방광염에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 항생제로 불릴 만큼 각종 염증에 뛰어난 효능을 보인다. 세균성 피부질환, 연주창, 부스럼 같은 피부질환 치료에도 사용된다.
간 기능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 간염과 간기능 장애로 인한 두통 등에 좋은 약초로 알려져 있다. 혈관과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고혈압 치료 효과가 있으며 위를 튼튼하게 해주는 작용도 한다.
림프절염, 인후염, 유선염, 편도선염, 부비동염, 입안의 염증, 종기 등 다양한 염증성 질환을 다스린다. 피를 멎게 하고 부기를 없애는 효과도 있다.
서양에서는 매우 유명한 약초로 질병 치료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미국과 독일에서는 추출물이 항우울제로 쓰인다. 독일의 약국에서는 차 형태로 많이 판매하고 있다. 신경통이나 긴장성 두통이 있을 때 뜨거운 물에 말린 차를 넣고 우려낸 후 마시면 통증이 즉시 없어진다. 진통 작용이 아스피린과 타이레놀에 견줄 만하다.
한방에서는 잎과 줄기를 약재로 사용한다. 생약명은 홍한련(紅旱蓮)이라 하며 가을에 채취해 햇볕에 건조한 후 사용한다. 열매 포함 지상부 전체를 말린 것을 하루에 20~30g 정도 달여 마신다. 꾸준히 차로 마셔도 건강에 좋다.
봄에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쓴맛이 없어 가볍게 데친 후 찬물로 한 번 정도 헹구기만 하면 된다. 관상용으로도 심는다.
약효가 널리 알려진 까닭인지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인터넷몰에서 말린 전초 50g이 10만원에 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