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아닌데…2만 부 조기 완판, 우체국 오픈런 터진 ‘이것’ 정체
2025-09-1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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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기념우표, 오픈런의 주인공이 되다
전통을 깬 파격적 이미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념해 발매된 기념우표가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며 전국 주요 우체국 앞에서 이른바 ‘오픈런’ 현상을 빚었다. 통상 대형 마트 신상품이나 인기 한정판 굿즈 앞에서나 벌어지는 진풍경이 우체국에서 펼쳐진 것이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틀간 인터넷우체국에서 예약 접수가 진행된 기념우표첩 2만 부가 모두 조기 완판됐다. 이어 11일,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전국 총괄우체국과 인터넷우체국에서 정식 판매가 시작되자 현장에서도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판매 당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전국 창구에서 준비 물량의 절반이 소진되며 인기를 증명했다.
서울 중구 명동 중앙우체국의 경우, 오전 9시 창구가 열리기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일부 시민들은 오전 8시 무렵부터 대기하며 기념우표 구매에 나섰고, 현장은 마치 인기 한정판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대기 행렬’을 방불케 했다. SNS에서도 인증 열기가 이어졌다. “우표 사려고 오픈런 한 건 처음이다”, “예매 실패해서 결국 줄 섰다”, “아침부터 우체국 앞에 이런 줄이 있을 줄은 몰랐다” 등 다양한 반응이 공유됐다.

이번에 발행된 기념우표는 대통령의 결의와 상징을 담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정사업본부는 “회복과 성장을 향한 대통령의 의지, 국민주권 정부의 일꾼으로서 주어진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다짐을 디자인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우표는 전지 22만 장(낱장 328만 장), 소형시트 45만 장, 기념우표첩 5만 부 규모로 제작됐다. 가격은 낱장 430원, 기념우표첩은 2만 7,000원이다.
특히 이번 기념우표는 전형적인 의전 이미지를 탈피해 친근하고 익살스러운 컷을 담아내며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더했다. 대통령이 음식을 먹으며 웃는 모습, 공공 자전거를 타는 장면, 박찬대 의원이 이를 쫓는 모습, 아내 김혜경 여사와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 등 다채로운 장면이 우표에 실렸다. 이 같은 파격적인 이미지 선택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내며 구매 열풍을 더욱 가속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단순한 수집 열기를 넘어 정치·사회적 상징성과 한정판 소비 트렌드가 결합된 결과라고 본다. 기념우표가 국가적 이벤트를 상징하는 동시에, 한정 물량으로 발매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소장 가치’를 크게 높여주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SNS를 통한 인증 문화가 더해지면서 젊은 층까지 구매 행렬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결국 ‘기념우표’라는 전통적인 매체가 K-굿즈처럼 소비되고, 오픈런과 조기 완판 현상을 만들어낸 이번 사례는 한국 사회의 달라진 소비 문화를 잘 보여준다. 대형마트가 아닌 우체국에서, 그것도 대통령 기념우표를 둘러싸고 벌어진 풍경은 앞으로 기념우표 발행의 의미와 시장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