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여, 일어나라” 네팔 시위 예견이라도 한 듯한 학생회장 연설 (영상)

2025-09-11 11:37

add remove print link

네팔 젊은 세대 열망 대변하는 상징이 된 학생의 연설

네팔 홀리벨 잉글리시 세컨더리 스쿨의 학생회장 아비스카르 라우트가 연설하고 있다. / 'navij learning' 유튜브
네팔 홀리벨 잉글리시 세컨더리 스쿨의 학생회장 아비스카르 라우트가 연설하고 있다. / 'navij learning' 유튜브

한 네팔 학생의 연설이 네팔 반정부 시위와 맞물려 인터넷에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네팔 자파 지역 메치나가르에 위치한 홀리벨 잉글리시 세컨더리 스쿨의 학생회장 아비스카르 라우트가 지난 3월 학교 연례행사에서 한 연설이 현재 네팔 전역을 뒤흔들고 있는 반정부 시위와 맞물려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2분19초 분량의 연설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재확산하고 있다.

네팔 홀리벨 잉글리시 세컨더리 스쿨의 학생회장 아비스카르 라우트 / 인스타그램
네팔 홀리벨 잉글리시 세컨더리 스쿨의 학생회장 아비스카르 라우트 / 인스타그램

라우트는 연설에서 "오늘 나는 새로운 네팔을 건설하겠다는 꿈과 함께 이 자리에 섰다. 희망과 열정의 불꽃이 내 안에서 타오르고 있지만 이 꿈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시작했다. 그는 "우리는 실업의 사슬에 묶여 있고 정치 정당들의 이기적인 게임에 갇혀 있다. 부패는 우리 미래의 빛을 꺼뜨리는 거미줄을 쳤다"며 네팔의 현실을 비판했다.

네팔 홀리벨 잉글리시 세컨더리 스쿨의 학생회장 아비스카르 라우트가 연설하고 있다. / 'navij learning' 유튜브

특히 그는 "네팔, 우리 어머니인 이 나라가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길러주었는데 그 대가로 무엇을 요구했나. 단지 우리의 정직함과 근면함, 기여였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젊은이들이여, 일어나라. 우리는 변화의 횃불을 든 자들이다. 우리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 우리가 이 나라를 건설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라며 청중에게 각성을 촉구했다.

그의 연설은 "우리는 어둠을 태워버릴 불이고 불의를 쓸어내고 번영을 가져올 폭풍이다"라는 강렬한 메시지로 절정에 달했다. 라우트는 네팔 전 국왕 비렌드라의 말을 인용해 "내가 죽더라도 내 조국은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조국에 대한 헌신을 강조했다.

현재 네팔은 Z 세대 주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각)부터 시작된 시위에서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5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시위는 정부가 26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접속을 차단한 것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다.

네팔 정부는 5일부터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 등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26개 소셜미디어 접속을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시위는 빠르게 반정부 시위로 확산됐다. 시위대는 경찰의 통행금지령을 무시하고 수도 카트만두 거리를 점령했다. 경찰은 시위 진압을 위해 실탄, 고무탄, 최루탄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19명이 사망했다. 격분한 시위대는 폭력 시위를 확대해 대통령궁, 총리 관저, 국회의사당, 대법원 등에 불을 질렀다. 현직 및 전직 정치인 24명의 관저도 불타거나 파손됐다.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총리는 사임했다.

내무장관을 포함한 여러 정부 장관들도 폭력 사태 이후 사임했다. 시위대는 중부 포카라의 카스키 교도소 건물 일부를 파괴했고 수감자 900여명이 집단 탈옥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만3500명 이상의 재소자가 탈옥했다.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은 무기한 폐쇄돼 9일 오후부터 국내선 및 국제선 항공편이 중단됐다. 카트만두 주재 미국 대사관은 자국민들에게 "긴급 상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여행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화상을 입은 잘라나트 카날 전 총리의 아내가 숨지는 등 피해가 확산했다. 군 당국은 전국적인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질서 회복에 나섰지만 네팔 전역에서 긴장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네팔 정부에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추가 폭력 사태를 피하고자 시위대에 자제를 촉구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네팔에서 발생한 폭력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평화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외신들은 이번 반정부 시위의 주요 원인으로 기득권층 자녀인 이른바 '네포 키즈'(부모의 영향력 및 자원을 활용해 자기 경력을 쌓아 올리는 이들)를 향한 Z세대의 분노를 지목했다. 뉴욕타임스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청년 세대가 주축이 된 이번 시위에서 "네포 키즈가 시위의 원천"이라고 보도했다.

네팔은 2008년 240년간 이어진 힌두 왕국 체제를 폐지한 이후 13개 정부를 거쳤다. 부패와 경제 침체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이 과거 왕정의 안정성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비스카르 라우트의 연설 영상은 현재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다. "우리는 정치 정당들의 이기적인 게임에 갇혀 있다. 부패가 우리 미래의 빛을 꺼뜨리는 거미줄을 쳤다"는 발언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그의 연설은 네팔 젊은 세대의 분노와 변화에 대한 열망을 대변하는 상징이 돼 시위 현장에서도 구호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