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겐 추억의 장소인데…다이소·쿠팡에 밀려 60%가 줄폐업 중인 '이곳'
2025-09-1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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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경쟁에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삐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한국인들 추억의 장소가 있다.

바로 한때 학교 앞마다 자리 잡고 있던 문구점들에 대한 이야기다.
영세 문구점들은 다이소와 쿠팡 같은 대형 유통 채널이 저가 경쟁과 온라인 편의성을 앞세우며 시장을 장악한 탓에 들은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다며 호소하고 있다. 문구업계에 따르면 최근 7년 동안 국내 문구 소매점은 60% 이상 줄어들었다. 단순한 가게의 감소가 아니라, 한국인의 학창시절과 추억이 깃든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도 크다.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과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등 문구 3단체는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 유통사들의 초저가 판매 경쟁으로 소상공인 문구점들이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고 호소했다. 문구업계에 따르면 2018년 약 1만여 곳이던 문구 소매점은 올해 4000곳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는 매년 500개씩 폐업하는 셈이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매출 기반이 악화하면서 주문 물량이 줄고,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이소와 쿠팡 같은 대형 유통사들은 학용품과 문구류를 초저가로 판매해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온라인 배송 편의성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지만, 영세 문구점에는 감당할 수 없는 가격 경쟁을 강요한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문구·사무용품 거래액은 2017년 7329억 원에서 지난해 2조 327억 원으로 2.7배 증가했다. 오프라인 점포가 설 자리가 줄어드는 이유다. 여기에 학령인구 감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생 수는 234만 5488명으로, 10년 전보다 14% 줄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학생이 줄자 문구점의 주 고객층 자체가 축소된 것이다.
정부는 영세 문구점 보호를 위해 지난해 10월 동반성장위원회 주최로 문구업계와 대기업 4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다이소) 간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2026년까지 3년간 신학기 할인행사를 중단하고, 노트·연필·물감 등 12개 품목은 낱개가 아닌 묶음으로만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업계는 이 협약이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장낙전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특정 업체가 학생용 문구류를 ‘사무용’으로 표시해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규제망을 우회하는 사례가 빈번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과거 문구점은 단순히 학용품을 파는 가게가 아니었다. 학교 앞 문구점은 연필과 공책, 지우개를 사던 공간이자 아이들이 군것질을 즐기고 장난감을 고르며 시간을 보냈던 일상의 작은 놀이터였다. 신학기마다 새 필통과 노트를 고르며 느끼던 설렘은 세대 공통 기억으로 남아 있다. 현재 일부 대형 문구 프랜차이즈나 팬시숍, 무인문구점이 새로운 형태로 시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과거 동네 문구점이 가진 정서적 가치는 대체하기 어렵다.
문구업계는 대기업 진입만 탓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기능에서 벗어나 체험형 서비스와 지역 문화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키오스크 같은 자동 판매 시스템 도입, 시설 현대화, 미술 체험이나 학습 프로그램 운영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동재 한국문구인연합회장은 "정부가 이번 기회에 문구업계를 위한 정책을 마련한다면, 문구점은 단순 상점을 넘어 국민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새로운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