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고립 노인에 구명조끼 벗어준 해경 사망…생존자는 중국 국적
2025-09-11 23:07
add remove print link
위험한 갯벌 구조, 한 해양경찰관의 안타까운 희생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던 30대 해양경찰관이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특공대는 이날 오전 9시 41분께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영흥파출소 소속 이재석(34) 경장을 찾았다. 이 경장은 영흥면 꽃섬으로부터 1.4㎞ 떨어진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며,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이 확인됐다.
사고는 이날 오전 3시 30분쯤 발생했다. 중국 국적 70대 A씨가 갯벌에서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이 경장이 현장에 투입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어패류 채취 중 밀물에 고립돼 발 부위에 부상을 입은 상태였으며 거동이 어려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장은 A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기 부력조끼를 벗어 건네고 함께 헤엄쳐 나오던 중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오전 4시 20분께 해경 헬기에 의해 구조됐고, 발 부위 여러 군데가 찢어지고 저체온증을 겪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전 촬영된 영상에는 이 경장이 손전등과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를 들고 부력조끼를 전달하는 모습이 담겼다. 거친 물살에도 불구하고 이 경장은 무전을 이어가며 상공에서 비행 중인 드론을 향해 구조 신호를 보내는 등 끝까지 구조 의지를 보였다. 해경은 갑작스럽게 불어난 바닷물에 휩쓸리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구조 과정 전반을 면밀히 조사해 순직 경위를 밝힐 계획이다.
이 경장은 해병대 만기 제대 후 긴 수험 기간을 거쳐 2021년 7월 해양경찰 순경 공채로 입직했다. 이후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300t급 경비함정과 영흥파출소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구조와 안전 관리 업무를 수행했다. 교육생 시절에는 해양경찰교육원장 표창을, 임용 이후에는 안전 관리 업무 공로로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과 인천해양경찰서장 표창을 받았다. 한 달 전 경장으로 승진했으며, 지난 4일이 생일이었지만 주꾸미 철 안전 관리 수요가 급증해 연가를 쓰지 않고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은 MBC와 인터뷰에서 "왜 혼자 보냈냐고 저희가 따지고 물었을 때 아무 답변 못 했어요. 동료 직원들이랑도 얘기를 했는데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답니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갯벌 구조 활동은 지형적 특성과 조수 변화로 인해 매우 위험하다. 갑작스러운 밀물과 진흙층으로 발이 쉽게 묶이거나 균형을 잃기 쉬우며, 부력조끼를 벗고 구조 대상자에게 제공하면 구조자의 체력 소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익수 위험도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구조 시 안전 장비를 반드시 착용하고, 팀 단위로 움직이며, 필요 시 원거리 구조나 헬기 지원 등 체계적인 구조 절차를 준수할 것을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