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도 없는데 껍질 채 먹는다…당도가 상상초월이라는 '한국 과일'

2025-09-1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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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가는 프리미엄 과일

지난 11일 경북 성주의 한 포도 농장. 수확을 이틀 앞둔 비닐하우스 안에는 샤인머스캣보다 크고 거봉의 빛깔을 띠는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올해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프리미엄 포도 ‘로열바인’이다. 유통업체 식품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청과 품종의 차별화와 고급화 전략이 가속화되는 흐름 속에서 등장했다.

포도 농장 자료사진 / Stock for you-shutterstockcom
포도 농장 자료사진 / Stock for you-shutterstockcom

◆ 클럽 재배로 공급량 제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부터 로열바인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로열바인은 일본 시무라 포도 연구소가 샤인머스캣과 윙크 품종을 교배해 만든 품종이다. 2019년 국내에 묘목이 들어왔고, 지난해 5월 정식 품종으로 등록돼 향후 25년간 법적 보호를 받는다. 당도는 평균 22브릭스, 최고 30브릭스에 달한다. 콜라가 약 10브릭스, 수박이 11~12브릭스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로열바인은 샤인머스캣처럼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지만 재배 방식이 다르다. 희소성과 품질 유지를 위해 ‘클럽 재배’ 방식을 도입해 일부 농가만 재배에 참여할 수 있다. 로열바인을 국내에 들여온 알프스 농원의 백영상 대표는 “국내 포도 생산량의 0.5% 수준만 로열바인이 차지하도록 하겠다”며 “상위 2% 고객을 겨냥한 전략으로 올해는 목표치의 절반인 500개 농가를 선정해 재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성주에 있는 로열바인 포도 농장. 수확을 앞둔 포도송이가 매달려 있다.  / 신세계 백화점
경북 성주에 있는 로열바인 포도 농장. 수확을 앞둔 포도송이가 매달려 있다. / 신세계 백화점

이 같은 방식은 샤인머스캣의 공급 과잉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도입됐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샤인머스캣은 전국 포도 농가의 절반 가까이가 재배에 뛰어들며 공급 과잉과 품질 저하 문제에 직면했다. 국내 시장에서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로열바인은 유통망도 제한적으로 운영한다. 9월에는 신세계백화점에서만 판매하고, 10월 이후 백화점 3사와 특급 호텔로 확대할 예정이다.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 청과 시장, 차별화와 고급화 경쟁

최근 청과 시장은 차별화와 고급화를 통한 경쟁이 두드러진다. 신세계백화점은 충남 태안에서 재배한 이탈리아 품종 ‘아말피 레몬’, 경기 포천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파파야’ 등 새로운 품종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올해 1~8월 신세계백화점 청과 매출은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2023년 7%, 지난해 9%에 이어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신세계백화점 신선식품팀 장준영 바이어는 “스토리가 있는 명절 선물 수요와 함께 신품종 청과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며 “품종 차별화 전략을 통해 고급 과일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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