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대표하는 최고급 해산물이었는데... 갑자기 한꺼번에 사라진 갑각류
2025-09-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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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획량 10분의 1로 급감... 조업 어선도 단 한 척뿐

울산 북구 정자항의 한 수산물 상인이 러시아산 대게로 가득 찬 수조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20년 전만 해도 이 수조엔 정자산 대게가 가득했다. 정자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대게는 갑자기 덜 잡히게 된 것일까.
2000년대 초 울산 연근해가 대게 서식지로 확인되면서 정자항은 대게잡이의 메카였다. 정자항 어선들이 잡아온 대게는 '정자대게'라는 고유 브랜드를 달고 가자미, 돌미역과 함께 울산의 대표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초매식(새해 첫 경매를 기념하고 출어선의 안전과 만선을 기원하는 행사)이 성대하게 열렸고, 최대 40여 척의 어선이 조업에 나섰다. 정자항 일대에는 대게 전문 음식점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하지만 지금은 대게잡이 어선은 단 한 척뿐이다.
통계청 어업생산동향조사에 따르면 울산의 대게 생산량은 2005년 654톤에서 2024년 65톤으로 20년 새 약 90% 감소했다. 2019년에는 23톤으로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자항 상인 김모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어기가 끝나면 정자대게도 나오긴 하지만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몇 년 전부터 대게 위판도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정자에서 대게잡이가 본격화한 것은 2003년부터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동해 대게 자원량을 조사하면서 울산 주변 해역에도 대게가 서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정자항에서만 30~40척의 연안·근해어선이 대게잡이에 나섰다.
통계를 보면 울산 대게 생산량은 2003년 213톤에서 시작해 2004년 442톤, 2005년 654톤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2006년에도 570톤이 잡히며 전성기를 이어갔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는 다소 줄었지만 116~333톤 수준을 유지했다.
변곡점은 2015년부터다. 이해 74톤을 기록한 뒤 2016년 34톤, 2017년 41톤, 2018년 33톤으로 급감했다. 2020년대 들어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윤병구 울산근해자망선주협회장은 연합뉴스에 어획량이 줄면서 조업해도 수익을 낼 수 없는 까닭에 많은 어선이 대게잡이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어민들은 수온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기후변화로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낮은 수온을 선호하는 대게에게 불리한 환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1월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바다 연평균 표층 수온은 18.74도로 지난 57년간 관측된 수온 중 가장 높았다. 이전 최고 기록인 2023년의 18.09도보다 0.65도 올랐다. 동해는 18.84도를 기록해 서해, 남해와 함께 모든 해역이 역대 최고 수온을 나타냈다.
하지만 표층 수온 상승이 대게 감소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대게는 수심 150~400미터, 섭씨 2~3도에서 서식한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표층 수온이 뜨거워져도 깊은 곳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울산 앞바다는 수심이 급격히 깊어지는 구간이 있어 대게 서식지가 넓지 않았다면서 양적으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자원 유지 한계를 넘는 어획으로 고갈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알래스카 베링해 사례를 보면 수온 상승이 대게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했다. 울산이 국내 최남단 대게 서식지여서 다른 지역보다 수온에 민감하게 반응해 적합한 환경으로 이동했을 수도 있다는 것.dl 관계자는 한국의 주요 수산 관리는 금어기, 금지 체장 등 단일 종 대상이어서 먹이사슬까지 고려하지 못한다면서 미국, 유럽처럼 생태계 기반 연구에 노력해 기후변화로 인한 먹이 환경 변화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래스카 베링해에서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대게 수십억 마리가 사라져 어획이 금지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연구에서 수온 상승이 대게의 열량 소모를 크게 늘린 반면 먹이는 줄어들게 해 굶어 죽게 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베링해보다 차가운 북극해로 이동한 대게들도 발견됐다.
동해안에서 잡히는 대게는 겨울 별미로 사랑받는 갑각류다. 살이 꽉 차고 달콤한 맛이 특징이며, 특히 암게 알은 진미로 여겨진다. 대게는 보통 11월부터 5월까지가 제철이며, 6월부터 11월까지는 금어기다.
대게 요리법으로는 찜이 가장 일반적이다. 찬물에 소금을 넣고 대게를 20~25분간 삶으면 된다. 게딱지에는 간장, 마늘, 생강을 넣고 볶은 게딱지볶음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대게살로 만든 게장이나 라면에 넣어 끓인 대게라면도 인기가 높다. 구이로 먹을 때는 껍질째 구워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으며, 대게살을 발라내 샐러드나 파스타 재료로도 활용한다.
대게는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다. 100그램당 단백질 18그램, 칼로리 95칼로리 정도다. 타우린과 키토산이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과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아연과 셀레늄 같은 미네랄도 많이 들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나 임산부에게도 좋은 영양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