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간첩'이 한국 정부 상대로 소송 제기한 이유

2025-09-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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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남한 침투해 간첩 활동을 벌이다 체포돼 5년 복역 후 출소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5년간 복역한 북한 간첩이 출소 후 "사상 전향을 강요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 판결을 받았다.

연합뉴스 13일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최성수·임은하·김용두 부장판사)가 염모씨가 최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북한 정찰총국 소속으로 활동했던 염씨는 2011년 국내에 침투해 간첩 활동을 벌이다가 2016년 공안당국에 적발됐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그는 2021년 만기 출소했다.

출소한 해인 2021년 염씨는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에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국정원은 "국적 취득 관련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전향 의사를 표시해 보호 결정을 받거나 직접 가정법원에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회신했다.

국정원의 회신을 받은 염씨는 이후 서울가정법원에 '성과 본의 창설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했고, 법원의 허가 결정을 거쳐 2023년 1월에야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염씨는 지난해 5월 "공무원들이 사상 전향을 강요했고, 전향해야만 주민등록, 주거, 직업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전향을 거부하는 나를 강제로 억류하는 등 기본권과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또한 염씨는 "주민등록증을 늦게 발급받아 경제활동이나 질병치료를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기초생활비조차 받지 못했다"며 총 8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공무원들이 사상 전향을 강요하거나 이에 동조했다고 평가할 만한 구체적 사실이 없다"며 염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북한이탈주민이 국가의 지원을 받으려면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데, 염씨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으며 북한으로 돌려보내달라고 요구했음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공무원들이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 절차 등을 안내할 직무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2심 재판부 역시 이 같은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염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염씨가 주장하는 사상전향 강요나 인권침해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겠다는 의사 표시가 선행돼야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현행 제도"라며 "염씨의 경우 이런 의사 표시 없이 국적 취득과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염씨 측은 대법원 상고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북한 출신 간첩의 출소 후 국적 취득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진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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