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밥상에 무조건 올라오는 '국민 식재료'인데... 비싼 이유 있었다

2025-09-1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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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인 농민이 가져가는 비율 소비자가격서 가장 낮아

지난 4일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 진열된 배추. / 뉴스1
지난 4일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 진열된 배추. / 뉴스1

배추와 무의 가격이 비싼 이유가 있었다. 농산물 가격에서 유통업체가 가져가는 비용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비자가 1만원어치 농산물을 사면 유통업체가 약 5000원을 가져가는 셈이다. 배추와 무의 경우 유통업체가 가져가는 비율이 60%를 훌쩍 넘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1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49.2%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2013년 45.0%보다 4.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1999년(38.7%)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넘게 오른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유통비용 차이가 크다. 쌀 등 식량작물은 35.9%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양파와 대파 같은 조미채소는 60.8%, 배추와 무는 64.3%에 달했다. 특히 월동무는 78.1%, 양파는 72.4%, 고구마는 70.4%로 70%를 넘었다.

실제 농민이 받는 돈은 더 적을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가격에서 생산자가 가져가는 비중이 가장 낮다는 말도 나온다.

배추 / 뉴스1 자료사진
배추 / 뉴스1 자료사진

유통비용이 높아진 이유는 인건비 상승도 있지만, 유통업체 이윤 자체가 늘어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23년 유통업체 이윤은 14.6%로 10년 전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무와 배추의 유통 비용률이 높은 이유는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으로보인다. 유통 비용률은 유통기한이 짧을수록 높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영세한 생산 농가에 비해 도매업체나 소매업체의 시장지배력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유통구조 개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체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유통 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달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5월 온라인 도매시장을 키우는 내용의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새 정부 들어서도 농식품 수급·유통구조 개혁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유통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바꿀 계획이다.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를 늘려 유통 단계를 줄이고 비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온라인 도매시장 중심으로 유통구조를 전환하겠다"며 "연간 거래 규모 20억원 이상이어야 판매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준을 없애겠다"고 했다.

송 장관은 도매시장에서 경매 외에 정가·수의 매매를 할 수 있는 체계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생산, 가격 관련 정보 제공을 늘려 가격 투명성도 높일 예정이다.

배추는 십자화과에 속하는 채소로 잎이 겹겹이 포개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래는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한반도엔 삼국시대 이후 전해져 토착화됐다. 배추는 수분이 많고 칼로리가 낮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으며, 비타민 C와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속이 노랗게 찬 배추는 단맛이 강해 김치로 담가도 맛이 깊다. 겨울철 저장성이 좋아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무 역시 배추와 함께 대표적인 겨울 채소다. 뿌리가 길고 단단하며, 흰색을 띠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는 해독 작용이 뛰어나 예로부터 ‘천연 소화제’로 불렸다. 소화 효소인 디아스타아제가 풍부해 기름진 음식과 함께 먹으면 속이 편하다. 또한 칼슘, 칼륨, 비타민 C 등이 고르게 들어 있어 영양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겨울 무는 특히 단맛이 진하고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어 생채, 깍두기, 국거리로 두루 쓰인다.

배추와 무는 단순히 채소를 넘어 한국의 식문화를 상징한다. 김장철이 되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배추를 절이고 무를 썰어 양념을 버무린다. 단순한 저장식품을 준비하는 행위가 아니라 공동체 문화를 이어가는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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