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에서 딱 15알 나온다…비싼데도 인기 폭발했다는 '고급 한국 과일'
2025-09-1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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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가에서 직접 재배 시작
수입에 의존하던 해외 과일이 최근 속속 국내산 꼬리표를 달고 백화점 매장에 등장하고 있다. 기후 변화와 농업 기술 발전 덕분에 한국 농가에서 동남아 파파야와 이탈리아 아말피 레몬 같은 고급 과일을 직접 재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성과가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2020년부터 채소·청과 바이어를 맡아온 김현섭 신선식품팀 MD는 국산 파파야와 아말피 레몬을 매장에 들여오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지난 2월 신세계 강남점은 식품관에 ‘신세계 마켓’을 열고 충남 태안산 아말피 레몬과 경기도 포천산 파파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 국내 첫 선보인 아말피 레몬과 파파야
아말피 레몬은 일반 레몬보다 크고 향이 진해 최고급 품종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지중해 연안에서 주로 재배되며, 고급 레스토랑 셰프들이 즐겨 쓰는 과일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기후와 토양 조건이 맞지 않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김현섭 MD는 지난해 ‘로컬이 신세계’ 행사를 준비하다 태안 아말피 레몬 농장을 발견했다. 재배에는 성공했지만 판로가 막혀 있던 농가를 찾아가 고정 매입을 성사시켰다. 신세계는 2023년부터 ‘셀렉트팜’ 제도를 운영해 농가와 직접 계약하고 전량을 매입하고 있다. 도매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공급과 합리적인 가격을 동시에 확보했다.
태안 농장은 약 200평 규모에서 150그루 남짓한 나무를 키우고 있다. 한 나무에서 수확되는 양은 많지 않아 전체 생산량이 10~20㎏ 수준에 불과하다. 그동안 일부 셰프들만 알던 과일이었지만, 신세계가 전량 매입해 매장에 내놓으면서 일반 소비자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강남점·본점·부산 센텀시티점·대구점·SSG푸드마켓 도곡점 등 5곳에서만 판매된다.
경기도 포천에서 국내 최초로 재배에 성공한 파파야 역시 신세계 신선식품팀이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다. 기존에는 수입산 파파야가 대형 마트와 일부 식자재 시장을 통해서만 유통됐지만, 이제는 국내산 파파야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며 선택지가 늘어난 셈이다.
■ 유통업계, 명품 과일 찾기에 적극

최근 유통업계는 ‘명품 과일’ 발굴에 적극적이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식품관은 더 이상 단순히 저렴한 제철 과일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 취향이 고급화·세분화되면서 프리미엄 과일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신세계뿐 아니라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주요 유통사도 지역 특산 과일이나 해외 고급 품종을 국내 농가와 연결해 ‘스토리 있는 과일’을 내세우고 있다. 단순히 맛과 품질뿐 아니라 “국내 첫 재배 성공”, “산지와의 직거래” 같은 서사가 구매를 자극한다.
소비자들의 구매 태도 역시 변하고 있다. 명품 패션과 화장품뿐 아니라 과일까지 ‘프리미엄 소비’를 통해 차별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단순히 과일 한 박스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과일이 가진 희소성과 이야기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SNS 인증 문화가 확산되면서 희귀 과일, 첫 수확 과일은 주목도가 높다. “국내 최초 아말피 레몬”, “포천 파파야” 같은 문구만으로도 관심이 몰린다. 여기에 기후 변화와 건강 트렌드까지 맞물리면서 “신선하고 특별한 과일을 경험하고 싶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셀렉트팜 과일 확대
신세계백화점은 셀렉트팜 과일을 복숭아·자두 같은 제철 과일부터 추석 성수기 사과·배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지역 농가와 협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국내 농가와 협업해 희소성과 품질을 갖춘 과일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며 “소비자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는 상생 모델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