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 장난에서 월가 상품이 되기까지… 암호화폐 도지코인의 놀라운 여정

2025-09-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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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즐거움과 참여를 만들어냈던 도지코인

암호화폐(가상화폐·코인) 도지코인(Dogecoin·DOGE)의 역사는 농담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가상자산 시장 한가운데 서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 참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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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크립토 등에 따르면 도지코인은 2013년 처음 등장했을 때 비트코인(Bitcoin)을 신성시하던 분위기를 비틀며 웃긴 마스코트와 코믹 샌즈(Comic Sans) 글씨체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명확한 백서도, 거대한 혁신 설계도도 없이 단순히 인터넷 농담으로 시작했으나 커뮤니티의 힘 덕분에 지금까지 버텨왔다. 레딧(Reddit) 사용자들이 팁이나 소액거래 수단으로 쓰였고, 그 자체로 즐거움과 참여를 만들어냈다. 가벼움이 곧 지속성을 제공한 셈이었다.

이 과정에서 대중문화와의 연결고리도 만들어졌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스스로를 ‘도지 파더(Doge Father)’라 부르며 도지코인 밈을 대중에 퍼뜨렸다. 동시에 마크 큐반(Mark Cuban)은 댈러스 매버릭스(Dallas Mavericks) 굿즈의 결제 수단으로 도지코인을 받아들이며 실제 사용처를 제공했다. 특히 머스크가 출연한 2021년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를 앞두고는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이 900억 달러에 근접했지만, 방송 직후 급락을 겪으며 극심한 변동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시기는 도지코인을 단순한 농담이 아닌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각인시키는 결정적 계기였다.

2025년 현재 도지코인은 또 다른 국면에 진입했다. 바로 REX-Osprey 도지코인 ETF(DOJE) 출시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밈코인에 직접 투자 노출을 제공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월스트리트가 밈조차 상품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출시는 연기됐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Eric Balchunas)는 다음 주로 일정이 밀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도지코인의 가격은 14일(한국 시각) 오후 3시 기준 일주일 전 대비 33% 넘게 급등하며 0.21달러에서 0.30달러 부근까지 뛰었다. 차트 기술지표도 거래량 증가, RSI 과매수 구간 진입, MACD 골든 크로스 등 강세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이제 핵심은 도지코인이 보여주는 현상이다. 도지코인은 기술 발전이 아닌 서사와 유동성이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밈을 비웃던 기관은 수요가 존재하면 이를 ETF라는 형태로 되팔 준비가 돼 있다. 이는 곧 시장이 실체보다 이야기와 주목도를 중시하는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위험은 여전하다. 도지코인은 여전히 개발 활동이 미미하고, 공급량의 상당 부분이 소수 지갑에 집중돼 있다. 기관 참여가 곧 합리적 가치를 인정한 것은 아니며 단순히 기회를 포착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도지코인의 여정은 단순히 농담이 자산으로 변모한 과정을 넘어섰다. 금융 시스템이 더 이상 인터넷 문화와 분리될 수 없음을 증명한 셈이다. 무엇보다 ETF 출시는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동시에 시장에는 새로운 불확실성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농담과 아이러니가 실질적인 화폐적 무게를 갖는 이 시대에 도지코인은 시장이 서사를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로 남게 됐다.

※ 암호화폐는 매우 변동성이 높은 투자 상품입니다.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기에 투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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