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종뿐인데…국내 곳곳에 퍼져 있었던 ‘희귀종’ 정체
2025-09-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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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만 보고되던 희귀종, 울진·보은·제주 등 전국 곳곳 분포
세포 내부 지질 덩어리 뚜렷…바이오디젤 원료 잠재력 확인
국내에서 세계적으로 희귀한 녹조류가 새로 발견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최근 국내 미기록 녹조류인 플루라스트럼 인시그네(Pleurastrum insigne)와 플루라스트룸 마이크로스티그마툼(Pleurastrum microstigmatum)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플루라스트룸은 단 10종만 알려진 희귀 녹조류다.
연구진은 다유전자 계통분석과 다양한 현미경 기법을 활용해 세포 내부의 초미세 구조를 분석했고, 이를 통해 두 종이 미기록종임을 확인했다. 경상북도 울진·예천·구미를 비롯해 충북 보은과 제주 등에서도 자생하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내 분포가 넓다는 점도 밝혀졌다.
녹조류는 흔히 여름철 강이나 호수에서 물을 뒤덮으며 악취와 수질 악화를 일으키는 ‘녹조현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특정 환경에서 일부 종이 과잉 번성했을 때 나타나는 부정적인 단면일 뿐, 실제로 녹조류는 수생 생태계의 기초를 떠받치는 핵심 생물이다.
이들은 광합성을 통해 물속에 산소를 공급하고, 물벼룩이나 요각류 같은 작은 수서생물들에게 가장 중요한 먹이가 된다. 먹이사슬의 맨 아래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생산자로서, 물고기와 곤충, 나아가 상위 포식자까지 이어지는 생태계 전반의 건강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녹조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하고, 일부 종은 세포 안에 지방 성분을 풍부하게 만들어낸다. 이 지질은 바이오디젤과 같은 친환경 연료의 원료로 쓰일 수 있어, 해외에서는 폐수 처리와 배양을 연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더 나아가 녹조류에서 얻은 성분은 건강식품이나 의약품 개발에도 활용 가능하다. 항산화물질이나 특수 지방산은 인체 면역 강화, 노화 억제, 피부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화장품 원료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녹색 이끼’로 치부되던 작은 생물이 생태계와 산업 전반에서 얼마나 다양한 가치를 지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에 발견된 두 종의 세포 내부를 들여다본 결과 다수의 지질 덩어리가 존재하는 특징이 드러났다. 광학현미경, 공초점현미경, 투과전자현미경 등 다양한 장비로 분석한 결과 고지질 생산 능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향후 바이오디젤 원료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근거로 꼽히며, 해외에서는 이미 플루라스트룸 속 종을 활용한 폐수 처리와 연계한 대량배양 연구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한국환경생물학회지 9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구진이 확보한 플루라스트룸 소재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이 운영하는 담수생물자원은행을 통해 분양받을 수 있어 학술 연구와 산업적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영택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이용기술개발실장은 “이번 발견은 우리나라 담수조류 다양성을 넓히는 중요한 성과”라며 “앞으로 지방산 조성이나 기능성 평가를 통해 국내 바이오산업의 주요 소재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