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쭉쭉 떨어지는데…아직까지 출하 안 되고 있어 문제인 '국민 채소'
2025-09-1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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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고랭지 밭작물 이중고에 시름
강원 태백시 고랭지 배추밭에서 심각한 병해충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배추마저 가격 하락으로 출하가 지연되면서 농민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고랭지 밭작물은 여름철 기온과 강수량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올해는 이상 기후와 연작 피해가 겹쳐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최근 태백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올해 태백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300㏊였지만, 9월 초 기준으로 정상 생육 중인 면적은 절반 수준인 150㏊에 불과하다. 생육 도중 병해충과 생리장해로 인해 상당 부분이 수확 불능 상태로 전락한 것이다.
올해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은 폭염과 강수량 부족이다. 배추가 정상적으로 자라려면 토양 속 칼슘을 충분히 흡수해야 하는데, 비가 부족하면 칼슘 흡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배추 속이 텅 비는 꿀통현상이 대규모로 발생했다.
꿀통현상 발병률은 올해 70%로, 평년 35%에 비해 두 배 이상이다. 실제로 밭에 들어가 배추를 잘라보면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속이 썩어 녹아내리거나 비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일부는 시커멓게 변색되기도 한다. 악취가 심해 상품성이 전혀 없어 밭에서 폐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꿀통현상 외에도 반쪽 시들음병, 검은썩음병, 씨스트선충 등 각종 병해충 피해가 확산됐다. 포전별 출하 가능 비율이 0~70%까지 들쑥날쑥해 농가별 피해 편차도 큰 상황이다. 안반데기 등 태백 주요 배추 재배단지의 절반가량은 사실상 정상적인 수확이 어렵다고 평가된다.
연작 피해가 누적되면서 병해충 발생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올해는 가격까지 떨어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병해충 관리 지원과 판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농민들은 호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양배추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가격이 높았던 탓에 농민들은 배추 대신 양배추를 60% 이상 심었다. 그러나 올해 양배추 값은 급락했다. 수확 시기였던 8월 말에도 가격이 기대에 못 미치자 농민들은 출하를 미루고 밭에 방치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출하 지연은 저장·유통 과정에서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판로 확보에도 차질이 생긴다. 수확 후에도 마땅한 판매처가 없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량 감소로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르더라도 농민들이 이를 반기기 어렵다. 정부가 비축 물량을 풀거나 수입 물량을 들여와 가격을 안정시키면 농민은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르면 정부가 개입해 시장에 물량을 공급하니 농민은 설 자리가 없다며 유리한 구조가 아니라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농민들 토로도 나왔다.
태백 고랭지 지역은 해발 1100m 이상 산지를 중심으로 여름철 배추와 양배추를 집중적으로 재배한다. 하지만 올해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1.5도 높았고,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치솟은 날도 있었다. 배추와 양배추 모두 서늘한 기후를 선호하는 저온성 작물이라 이런 기온 상승은 생육에 치명적이다.
가뭄까지 겹치면서 농작물은 정상 생육을 하지 못했고, 병해충 확산 속도도 빨라졌다. 기후변화가 태백 고랭지 농업 기반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태백시 측은 올해 고랭지 밭작물 병해충 피해가 예년보다 심각하다며 양배추 가격마저 하락해 농가들이 출하를 늦추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병해충 관리와 기후 대응을 위한 장기적 농업 기술 지원, 그리고 지역 농산물 판로 다변화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와 지자체가 피해 농가를 대상으로 한 재해 보상과 유통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