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제일 많이 먹는 건데…씨 말라 '금값'된 국민 수산물

2025-09-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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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수산물의 몸값 폭등...원인은 기후변화

한때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수산물 1위를 차지했던 어종이 기후변화와 남획으로 어획량이 10년 사이 90% 급감하며 가격이 치솟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경매로 낙찰된 오징어가 진열되어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경매로 낙찰된 오징어가 진열되어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한국인이 연간 1인당 5kg 이상 소비하며 가장 사랑받는 수산물 중 하나였던 이 어종의 정체는 바로 오징어다. 한국 바다에서 사실상 씨가 말랐다고 할 정도로 어획량이 줄면서 '금징어'로 불릴 만큼 귀한 몸값을 자랑하게 됐다.

10년 새 어획량 90% 급감…역대 최저 기록

국내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이 참담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연근해 살오징어 생산량은 1만 3546톤을 기록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년 대비 42% 감소한 수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장기적인 감소 추세다. 2015년 15만 5743톤이었던 생산량이 10년 만에 90%나 줄어든 것이다. 1990년대 20만 톤을 넘나들던 풍어 시절과 비교하면 현재는 1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동해안의 대표 산지였던 울릉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3년 동해 오징어 어획량은 1365톤에서 올해 852톤으로 추락하며 매년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

수산시장 풍경 / 연합뉴스
수산시장 풍경 / 연합뉴스

가격 급등으로 '금징어' 등장…작년 대비 올해 30% 이상 폭등

어획량 감소는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KAMIS 자료를 보면 지난해 연근해 물오징어 1㎏ 가격은 1만 4455원을 기록했다. 2023년 대비 29.2% 오른 수치다.

올해 8월 기준으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2025년 8월 오징어 가격은 전년 대비 약 30% 이상 상승했으며, 산지와 시장 상황에 따라 한 마리당 가격이 5000원~1만 원대까지 다양하게 형성되고 있다.

어시장에서 경매를 기다리는 오징어들 / 뉴스1
어시장에서 경매를 기다리는 오징어들 / 뉴스1

동해·서해 주요 항구에서는 20마리 한 박스가 6만~8만 원(마리당 3000~4000원대)에 거래되지만, 일반 소매시장에서는 대형 오징어 한 마리가 7000~1만 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대형 시장 평균가격은 마리당 4974원(7월 초 기준)이었으나, 8월 들어 큰 사이즈는 8000~1만원 또는 그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1㎏ 기준 냉장 오징어 소매가는 충격적인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해 8월 약 1만 6000원이었던 가격이 올해 8월 3만 원을 돌파해 88% 가까이 뛰었다. 편의점 간식인 마른오징어나 시중 건조 오징어 가격 역시 20~30% 상승했다.

업계, 메뉴 단종·가격 인상 잇따라

급등하는 원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업계는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다. 분식 프랜차이즈 동대문엽기떡볶이는 이달 9일부터 오징어튀김 메뉴 판매를 아예 중단했다.

동대문엽기떡볶이는 "원물 수급 불안정으로 메뉴를 단종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소규모 식품 제조업체들도 마른 오징어 제품 생산을 포기하는 상황이다.

가격 인상에 나선 곳도 늘고 있다. 편의점 대표 오징어 간식인 ‘숏다리’ 가격은 최근 3년 사이 30% 급등했다. 2022년 2100원이었던 숏다리 가격은 올해 들어 2900원으로 인상됐다. ‘빅숏다리’는 2018년 3600원에서 최근 6000원까지 오르는 등 7년 사이에 1.6배 상승폭을 보였다.

해풍에 마른 오징어 / 뉴스1
해풍에 마른 오징어 / 뉴스1

기후변화가 주범…서식지도 남하

전문가들은 오징어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고 있다.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는 서식 수온에 매우 민감한데, 엘니뇨 현상으로 동해 해수온도가 오징어 산란의 최적 온도인 15∼23도보다 높아지면서 번식이 어려워졌다.

실제로 동해안 표층수온이 24℃를 넘어서면서 오징어 산란과 성장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중국 어선들의 과도한 조업도 국산 오징어 자원 고갈을 가속화하고 있다.

서식지 변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인 산지였던 울릉도 어획량은 급감한 반면, 올해 전북 군산 앞바다는 오징어 풍년을 맞았다. 군산에서는 지난 7월 467톤, 8월 1∼25일 901톤이 위판되어 작년 연간 실적(521톤)의 3배에 육박했다.

원양산으로 대체하지만 한계 뚜렷

연근해 자원 고갈에 따라 원양산 오징어가 대체재로 급부상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오징어류 원양어업 생산량은 3만 3000톤에서 7 만3000톤으로 119.9% 급증해 2017년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원양산마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자료를 보면 8월 오징어 생산량은 원양산 반입량 감소로 전월 대비 42.6%, 전년 동월 대비 36.5% 줄어든 1만373톤에 그쳤다.

8월까지 원양산 오징어 누적 반입량은 4만6061톤으로 평년과 비슷했지만, 작년 동기간보다는 25.7% 적은 수준이다.

별미로 꼽히는 오징어순대 / 뉴스1
별미로 꼽히는 오징어순대 / 뉴스1

한국 국민 1인당 연평균 5∼7kg 소비하는데...국민 수산물 '오징어'의 위기

오징어는 한국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수산물이다. 국민 1인당 연평균 5∼7kg을 소비할 만큼 사랑받으며, 2020년에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수산물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23년 기준 오징어 수입액은 전체 수산물 중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시장 규모도 크다.

타우린이 풍부해 혈관 건강과 콜레스테롤 감소에 도움을 주고,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건강식품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아 빈혈 예방, 기억력 향상, 면역력 강화에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자원 고갈이 지속된다면 서민들이 부담 없이 즐기던 국민 수산물이 고급 식재료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업계는 지속가능한 어업 관리와 자원 회복 방안 마련을 위한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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