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체납에도 버티는 고액체납자… 실효성 잃은 명단공개 제도 ‘도마 위’
2025-09-1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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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납 41년·건수 8,500건 이상도 여전히 버티기… 10년 이상 장기체납 52%
“징수도 중요하지만 성과 몰입 경계… 일반 납세자 권익 보호 병행해야”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지방세 고액체납자 중 일부가 40년 넘게 체납을 이어가거나 수천 건의 체납건을 안고도 버티는 것으로 드러나, 징수 행정의 실효성과 형평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명단공개 제도가 시행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형식적 공개에 그치는 사례가 많아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지방세 1년 이상·1,000만원 이상 체납으로 명단공개 대상이 된 인원은 4만 5,073명에 달하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만 3,420명(52%)은 체납 기간이 10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는 체납 기간이 41년에 달하는 71세 남성이나 8,517건을 체납한 49세 남성처럼 악의적 체납이 의심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특히 체납자 10명 중 6명은 10건 이상을 반복적으로 체납하고 있어 단순 연체가 아닌 상습적 납세 회피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의원은 “명단공개 제도가 실명 공개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신용평가와 금융활동에도 불이익이 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징수 행정이 ‘성과 중심’으로만 치우칠 경우, 오히려 성실 납세자들의 권익이 소외되거나 과잉 대응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액체납자의 조세 회피를 방지하는 노력만큼이나, 정상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다수 국민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행정 신뢰 회복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체납 징수의 효율성은 공공재정 확보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지만, 지나친 실적 중심 접근은 세무 행정의 본래 목적을 흐릴 수 있다. 체납 대응은 단호하게 하되, 일반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균형 잡힌 행정이야말로 국가 재정 신뢰의 기초라는 점에서 정책 방향의 미세 조정이 요구된다.